증시 대기자금 '반토막'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고객예탁금은 45조318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월 3일 71조7327억원 대비 36.82% 하락한 수치다.
고객예탁금은 투자자들의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은 예수금을 말한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되며 증권거래법에 의해 별도로 예치돼 관리되므로 증권사의 지급불능 사유가 발생해도 곧바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성격 탓에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렸고, 증시 주도 세력으로 자리매김한 개인의 투자 행태를 분석하는 지표로 사용됐다.
고객예탁금은 동학개미운동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 1~2월에만 하더라도 약 28조원대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21년 12월 코스피가 3000p를 넘어가면서 개인 투자 붐이 일었고, 지난 1월부터 5월 초까지도 60조~70조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 등 대외 악재에 증시가 장기 간 침체 국면으로 보이면서 5월 11일 60조원대가 깨졌고 지난 10월 17일에는 50조원대마저 붕괴됐다. 월 평균 고객예탁금이 50조원 이하를 기록한 건 2020년 7월 이후 약 2년 3개월 만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객예탁금 감소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가 지수 부진, 금리 상승, 해외 증시 매력도 증가 등이 핵심일 것"이라며 "높은 가격에 소위 물려있던 개인들이 손절 후 점차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거나 낮은 가격에 저점 매수를 하면서 예탁금 소진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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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악재에 지친 개미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1월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1777억원어치를 팔았다. 지난 10월 순매도 대금 2조7040억원과 비교하면 약 두 배가 늘어난 셈이다.
거래대금도 감소세다. 지난 11월 30일 기준 약 12조5000억원이었던 코스피 거래대금은 지난 1일 8조8500억원으로 급감했고, 다음날인 2일에는 7조3000억원대로 떨어졌다.
증권사들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자금도 지난 1월 3일 기준 69조1867억원에서 지난 2일 기준 60조2353억원으로 확인됐다. 최근 1년 새 9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줄어든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실제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 상승이 투자 행태마저 바꿨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리 상승에 따라 금융상품으로서 주식의 경쟁력이 감소해 개인 입장에서 주식 투자 유인이 줄어든 것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기대수익률과 금리형 상품 수익률의 갭은 빠른 금리 상승으로 좁혀지고 있다"라며 "갭이 축소된다는 것은 주식의 상대 매력의 감소를 의미한다. 주가에 대한 하방 압력이 반드시 강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매수 유인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연말을 앞두고 대주주 양도세 매도 물량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논란이 불거지며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됐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정치권이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요건 상향이 부결되면서 현행 10억원으로 유지돼 볼멘 소리가 가득하다.
상장업계 한 관계자는 "금투세 유예는 당연히 시행했어야 하는 결과"라면서 "대주주 양도세 부과 요건이 여전히 무겁게 유지되면서 양도세 회피 물량 리스크가 쏟아질 것이고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를 회피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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