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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어정쩡하게 봉합한 최장 지각 새해 예산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23 14:16

수정 2022.12.24 01:08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운데)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왼쪽)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운데)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왼쪽)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내년 예산안이 여야 첨예한 대치 끝에 간신히 타결됐다. 여야는 24일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최악은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소모적인 논쟁과 20일이나 흘려보낸 늑장 처리는 반성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법정 처리 기한은 지난 2일이었다.
정기 국회 종료일(9일)은 물론 김진표 국회의장이 당초 제시했던 15일까지도 전혀 진전이 없었다. 김 의장이 최후 통첩일로 정한 23일을 하루 앞둔 22일에서야 여야는 한발씩 물러섰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 처리다. 다시는 이런 무책임이 되풀이돼선 안될 것이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사사건건 정부안 발목을 잡은 탓이 크다. 정부 철학이 반영된 예산들은 사정없이 깎으면서 '이재명표 예산'은 끝까지 챙겼다. 3500억원 넘게 편성된 지역사랑상품권, 6600억원이나 증액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이 그렇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 경로당 냉난방비, 양곡비 지원비 증액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정부가 편성한 행안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비는 총액 5억원 중 절반이 줄었다. 당초 5억원 전액 삭감을 고집하던 야당의 막판 양보를 합의 발판으로 보고 있지만 이 역시 야당의 횡포로밖에 안 보인다.

예산안부수법안에서 여당의 뜻이 어느 정도 수용되긴 했으나 아쉬움은 많이 남는다. 이번 예산안의 최대 쟁점중 하나였던 법인세 인하는 현행 과세표준 4개 구간별로 1%p씩 내리는 선에서 정리됐다. 김진표 의장이 막판 중재안으로 냈던 최고 구간 1%p 인하보다는 기업에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갈 수 있겠지만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제시했던 최고세율 3%p 인하안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 종합부동산세 2주택자 중과 폐지도 절반의 성과에 그치는 수준이다.

합의안은 여당 입장에선 파국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경제단체들은 법인세 1%p 인하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글로벌 경쟁력 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지적했다. 세계 각국의 흐름을 볼 때 너무나 차이가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 지속적인 법인세 추가 인하에 여당이 더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 반도체 투자설비 세액 공제율도 찔끔 확대로 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금 얼어붙는 중이다. 내년 13년 만에 최악 한파까지 예고됐다.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온기가 돌 수 있게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내년엔 야당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경제와 국익이 무엇보다 최우선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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