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6개월 만에 가장 낮아
엔화 가치 상승에 1200원대로
내년 연준 금리인상폭 조절 여부에 좌우돼
무역수지 적자폭도 영향 끼쳐
[파이낸셜뉴스]3개월 전만 해도 1440원대를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200원대로 내려 앉았다. 일본 중앙은행(BOJ)이 장기 금리 상승을 용인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진정세를 찾았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연말까지 1200원대를 유지하나 미 연준의 결정에 따라 내년 1·4분기에 다시 1300원대 초반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3개월만에 연고점보다 160원 가까이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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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9~10월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9월 28일 환율은 1439.9원으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당시 미 연준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한 여파였다. 현재 환율은 23일 종가 기준 1280.8원으로 연고점에 비해 159.1원 하락했다. 원화 가치는 3개월 사이에 10% 넘게 올랐다.
올해 달러화는 초강세를 지속하다가 4·4분기 들어 완연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0일 기준 올해 고점(114.106) 대비 8.9% 하락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5월부터 2020년 이래 최고치를 경신한 달러화가 4·4분기에 접어들며 고금리·고물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기대감이 형성돼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말 1200원대 유지되나 내년에 상방 압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과 미 연준의 금리인상폭 조절로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1bp=0.01%p) 인상할 가능성이 우세해 당분간 아시아 통화는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달러 인덱스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유로화, 엔화인데 BOJ 결정 이후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달러의 상방 압력은 많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BOJ의 결정이 최근 환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해외투자 환헤지 비중을 10%까지 늘린 것과 정부의 세계국채지수(WGBI) 관찰대상국 추진 등도 원화 강세 재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을 조정하면서 약 44조4000억원 규모의 달러가 추가로 공급될 것으로 추산 중이다. 또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WGBI에 편입될 경우 90조원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금이 유입돼 원화 강세를 이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미 연준의 추가 긴축과 국내 수출 여건에 따라 환율이 내년 1·4분기에 1300원대 초반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예측도 제시됐다.
안재현 신한투자 연구원은 “강달러에 대한 압력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무역수지 적자나 달러 유입이 아직 부진해 내년 1·4분기에는 대폭 상승까진 아니어도 1300원대 초반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내년 미 연준이 50bp를 밟을 가능성도 잔존해 섣부르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여기서 환율이 더 떨어지려면 미국 경기가 매우 침체돼 연준 피봇(정책전환) 기대감이 빠르게 높아지거나 국내 무역수지 적자폭이 줄어들어야 한다”면서 “현재 반도체 수출이 좋지 않고 파운드화, 유로화가 더 올라올 여지가 없어 보이기에 환율은 박스권 하단에 가까워 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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