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3일(이하 현지시간) 앞으로 적어도 1년 반~2년 동안에는 테슬라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머스크는 그러나 10월 운을 뗐던 자사주 매입은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감안해 유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내년에는 절대 안 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의 라이브 음성 포럼인 트위터 스페이시스에서 적어도 내년 중에는 테슬라 주식을 내다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10월 28일 440억달러에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한 머스크는 트위터의 막대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테슬라 주식을 매각했다. 그는 자신이 인수한 뒤 광고주가 떠나면서 트위터가 재정적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테슬라 주식이 정점을 찍은 이후 지금까지 테슬라 주식 390억달러어치 이상을 매각했다.
머스크는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확실한 다짐을 한다"면서 "나 자신도 모르지만 아마도 지금부터 2년 간은 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는 어떤 경우에도 팔지 않는다고 확실히 밝힐 수 있다"면서 "그리고 아마도 그 다음해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시총, 6700억달러 사라져
머스크는 지난 4월 트위터 인수 의사를 밝히고, 이후 인수 의사 철회, 소송 등의 진통을 겪고 10월말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후에도 그는 트위터 경영과 발언 등으로 좌충우돌하면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여기에 트위터 인수 전에는 인수 비용 마련을 위해, 인수 뒤에는 트위터 적자를 메우기 위해 테슬라 주식 매각에도 나서면서 테슬라 주가는 올들어 폭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전체로는 60% 넘게 폭락했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한 10월말 이후 낙폭만 약 40%에 이른다.
올해 사라진 테슬라 시가총액 규모는 무려 6700억달러(약 86조원)에 이른다.
머스크가 추가 매도 중단을 약속한 이날도 테슬라는 장 초반 2% 넘게 하락했다.
단기 수요 압박 시인
머스크는 테슬라가 단기적으로 수요 둔화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도 실토했다.
그는 고금리 여파로 수요가 단기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폭풍이 치는 날씨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고 나면 해가 빛나는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 테슬라는 미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수요 둔화 우려 속에 전날 9% 폭락한 바 있다.
테슬라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21일부터 올해 말까지 자동차를 인도받는 고객에게는 대당 7500달러 크레딧을 주고, 1만마일 무료 충전도 약속한 것이 수요 둔화 우려를 부른 탓이다.
대대적인 할인이 올 4·4분기 수요 부진에 따른 실적 둔화를 막판에 만회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로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던졌다.
자사주 매입 계획 철회
머스크는 아울러 이날 자사주 매입도 당분간 중단한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머스크는 10월 자사주 매입에 50억~1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는 그러나 이사들이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아직 이사회 결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면서 내년 경기침체를 감안할 때 자사주 매입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사회가 자사주 매입을 매우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뒤에 가서 보니 2009년 당시보다 더 심각한 경기침체에 맞닥뜨리게 됐다면 이는 현명한 처사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감안할 때 자사주 매입이 당분간은 힘들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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