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베의 돈풀기 뒷받침해온 구로다 日銀총재 '나쁜 엔저' 남기고 퇴장수순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25 18:17

수정 2022.12.25 20:06

유일하게 10년이상 재임 '최장수 기록'
물가목표 2% 삼았지만 결국 실패
내년 4월 퇴임 맞물려 금융정책 변화
나카소 히로시 전 부총재 등 후임 거론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내년 4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퇴임은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퇴장을 상징할 전망이다.

25일 일본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구로다 총재는 역대 최장수 기록을 세웠고 현재는 일본은행 역사상 유일하게 재임 기간이 10년을 넘긴 총재로 기록됐다. 이전까지는 1946년 6월~1954년 12월 재임한 이치하다 히사토 총재의 3115일이 최대였는데 이를 70여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구로다 총재는 아베가 위기 때마다 무제한 돈 풀기로 경기 부양을 뒷받침해 온 '아베맨'이자 아베의 '구원투수'였다. 일각에서는 두 남자의 정책 조합을 빗대 '아베구로' '아베구로믹스'라는 용어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구로다 바주카포'라는 별칭을 얻기도 한 대규모 금융 완화는 한때 경제계의 환영을 받았다.
금융 완화와 엔화 약세를 통해 투자 증가와 수출 기업의 실적 개선을 꾀하고 임금인상과 더불어 소비가 확대하는 선순환을 물가 상승의 배경으로서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완화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구로다 총재는 물가 상승률 2% 달성을 중요한 과제이자 정책 목표 달성을 확인하는 일종의 지표로 삼았다. 그는 2% 달성에 필요한 기간을 2년 정도로 제시했으나 9년이 지나도록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다 하반기 3% 중후반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물가상승에 대해 구로다조차도 "에너지 가격 상승은 비용 증가를 통해 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되는 한편 가계의 실질 소득 감소나 기업 수익 악화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엔화는 달러당 151엔까지 치솟으면서 과거만큼 엔화가 안전자산이 아닐 수 있겠다는 우려도 커졌다. 기업의 생산 기반이 해외로 퍼지면서 엔저 효과를 누리지 못하자 '나쁜 엔저'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공교롭게도 올해 아베가 사망하고 선진국 중 유일하게 대규모 금융완화를 고수하던 일본은행도 장기 금리를 사실상 인상하면서 아베노믹스는 갑작스러운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4월 구로다 총재가 퇴임하는 시기에 맞춰 일본의 통화정책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후임자로는 일본은행 출신 나카소 히로시 전 부총재와 아마미야 마사요시 현 부총재, 재무성 출신 아사카와 마사쓰구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등이 거론되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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