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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보행 로봇이 벽타고 천장을 걷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26 13:00

수정 2022.12.26 14:47

KAIST, 사족 보행 로봇 '마블' 개발
자석 달라붙는 곳이면 어디든 올라가
벽면을 1분에 최대 42m 속도로 이동
물건·장비 최대 37㎏까지 탑재 가능
위험한 현장에 사람 대신 투입
KAIST 박해원 교수팀이 개발한 '마블'이 녹슬고 먼지가 쌓인 저장 탱크를 기어오르고 있다. KAIST 제공
KAIST 박해원 교수팀이 개발한 '마블'이 녹슬고 먼지가 쌓인 저장 탱크를 기어오르고 있다. KA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팀이 자석이 달라붙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기어 올라가는 사족보행 로봇 '마블(MARVEL)'을 개발했다. 마블은 8㎏에 불과하지만 총 중량 37㎏ 이상의 물건이나 장비를 싣고 1분에 최대 42m를 오른다.

KAIST 박해원 교수팀이 개발한 '마블'이 녹슬고 먼지가 쌓인 저장 탱크를 기어오르고 있다. KAIST 제공
KAIST 박해원 교수팀이 개발한 '마블'이 녹슬고 먼지가 쌓인 저장 탱크를 기어오르고 있다. KAIST 제공
이 사족보행 로봇은 커다란 선박이나 교량, 송전탑, 대형 저장고, 건설현장 등 철로 이뤄진 대형 구조물의 점검이나 수리, 보수를 사람 대신 투입시킬 수 있다. 박해원 교수는 26일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재난 사고에 대한 제재와 처벌이 강화되고 있어 위험한 작업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로봇은 철로 된 벽면을 1분에 42m의 속도로 올라갔다.
또한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1분에 30m의 속도로 이동했다. 연구진은 "보행형 등반 로봇으로는 세계 최고의 속도"라고 설명했다.

또 연구진은 페인트가 칠해지고, 먼지나 녹으로 더러워진 물탱크를 오르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결과, 마블은 1분에 21m 속도로 올라갔으며, 벽에 돌출된 5㎝ 높이의 장애물도 쉽게 넘어가는 등 실제 현장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KAIST 박해원 교수(왼쪽)와 엄용 박사과정생(가운데), 홍승우 박사과정생이 벽을 타고 오르는 '마블'을 살펴보고 있다. KAIST 제공
KAIST 박해원 교수(왼쪽)와 엄용 박사과정생(가운데), 홍승우 박사과정생이 벽을 타고 오르는 '마블'을 살펴보고 있다. KAIST 제공
사족보행 로봇 '마블'은 전자기력으로 작동하는 영구전기자석(Electropermanent Magnet)과 고무 재질의 합성수지에 철가루 같은 자기응답인자를 섞은 자기유변탄성체(Magneto-Rheological Elastomer)로 발바닥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자석의 접착력을 빠르게 끄거나 켤 수 있으면서도 평탄하지 않은 표면에서도 높은 접착력을 지니게 만든 것이다.

영구전기자석은 짧은 시간의 전류 펄스로 전자기력을 켜고 끌 수 있는 자석으로 일반적인 전자석과 달리 자기력의 유지를 위해 에너지가 들지 않는다. 또한, 로봇의 발바닥에 자기유변탄성체를 사용해 벽면이 매끄럽지 않아도 자기력을 유지하면서 마찰력을 높일 수 있다.

로봇 발바닥의 무게는 169g에 불과하지만 영구전기자석과 자기유변탄성체를 이용해 수직 흡착력과 마찰력이 뛰어났다. 즉, 이 로봇 발바닥은 수직 방향으로 최대 54.5㎏, 수평 방향으로는 최대 45.4㎏ 정도의 무게에도 철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한편, 이 로봇을 만든 성과는 KAIST 기계공학과 홍승우·엄용 연구원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발표, 12월호 표지를 장식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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