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연극 '갈매기' 총지휘
안톤 체홉의 대표 희곡중 하나
"고전의 메시지는 시대 초월"
주호성·오만석·소유진 등 출연
안톤 체홉의 대표 희곡중 하나
"고전의 메시지는 시대 초월"
주호성·오만석·소유진 등 출연
"고전을 좋아하지만 고전보다 이순재 선생님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이 벅차고 행복합니다." (소유진)
지난 21일 개막한 이순재 연출의 연극 '갈매기'가 초대형 뮤지컬 뺨치는 캐스팅으로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연극, 특히 고전을 기반한 연극은 작품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관객의 관심을 받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이번만은 예외다. 66년 배우 경력의 이순재 연출에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소유진, 오만석, 정동화, 김수로, 강성진, 이경실 등 주연급 배우는 물론 조연까지 대중들에게 친숙해 연극 역사상 역대급 캐스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주의 연극의 교과서로 불리는 '갈매기'는 전세계적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안톤 체홉의 대표 4대 희곡 중 하나다. 예술계의 신·구대립을 인물들 간의 비극적인 사랑을 통해 체홉 특유의 희극적 요소를 통해 풀어낸 작품이다.
연출이자 배우를 맡은 이순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배경은 제정 러시아 말기 중에서도 최악의 정권이라 불리는 시대의 이야기"라며 "민중들이 가난에 허덕이며 볼셰비키 혁명 이전에 서민, 농민들이 봉기하고 집권을 갈아엎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체홉의 생각이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현재 '갈매기'라는 작품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묻자 "고전은 시대와 나라를 초월해 문학적·철학적 가치를 가지고 사상적 배경이 된다"며 "현재도, 미래에도 그 시대, 그 나라의 사회적 조건과 결부해 주어지는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은 이순재라는 이름에 대한 믿음으로 역할의 경중에 상관없이 작품에 대한 넘치는 자부심과 애정을 보였다. 이순재와 함께 '쏘린' 역을 맡은 주호성은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자 성격 창조의 예술인 만큼 연출님께서도 각 배우에게 개별적인 연기 지도를 하지는 않았다"며 "같은 역할을 맡은 배우들도 모두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한 만큼 관객들이 두 번 이상 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18년 전 갈매기에 출연했던 오만석은 시대와 함께 변하는 고전 메시지와 시선 변화에 대해서도 소감을 남겼다. 오만석은 "18년 전 '갈매기' 출연 당시에는 체제를 뒤엎어야 한다는 뜨레블례프 역을 연기했고 저 역시 그랬던 것 같다"며 "이번에는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뜨리고린 역을 맡았는데 '고전'은 '좋은 음식'처럼 곱씹을수록 진한 향이 난다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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