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식품 소비기한 표시제...23년 한해 계도기간
소비기한은 유통기한 보다 제품 판매 기간 길어
식품폐기물 감소 기대감…소비자와 분쟁 증가 우려도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새해부터 식품 포장재에 표시하는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뀐다.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식품 포장재에 표시됐던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식품의 소비기한 표시제’를 시행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이다. 제조·유통사가 식품을 제조·포장한 뒤 판매할 수 있는 유통기한보다 제품 판매 기간이 긴 것이 특징이다.
식품의약안전처가 최근 공개한 식품유형 100개 품목의 소비기한 참고값을 살펴보면, 가공두부는 기존 유통기한 7~40일에서 소비기한 8~64일로 늘어난다.
떡류는 기존 유통기한 3~45일에서 소비기한 3~56일로, 김치는 30일에서 35일로, 초콜릿가공품은 30일에서 51일로, 캔디류는 15일에서 23일로 늘어난다.
영업자들은 자신이 제조·판매하는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소비기한 참고값 이하로 자사 제품의 소비기한을 정할 수 있다.
소비기한 표시제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지만, 기존 포장지 폐기에 따른 자원 낭비 등을 고려해 2023년 한해 동안 계도기간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행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2024년에는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우유를 비롯해 냉장 온도에 민감한 일부 제품은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소비기한 도입을 8년 유예키로 했다.
소비기한이 도입될 경우 식품업계는 유통기한을 적용했을 때보다 오래 판매할 수 있어, 재고율 하락 및 매출 상승 기대감도 높다.
식품업계는 일부 제품에 소비기한을 적용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올 하반기에 출시한 신제품을 위주로, 오뚜기는 소스류 등 업소용 제품을 시작으로 소비기한 표시를 적용하고 있다.
식품 폐기물이 감소할 것이란 기대도 높다. 한 소비자는 "그동안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먹기에 께름직해서 버리는 일이 많았는데, 소비기한 표시제로 변경되면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소비자와의 분쟁 발생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등 제도 도입 초반에는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판매 기한이 늘어난 만큼 제품의 보관 및 유통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를 향한 책임 공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제품을 보관·섭취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취급 부주의로 인한 분쟁이 더욱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기한에 맞춰 제품을 판매한 이후 소비자가 기한 내 섭취를 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까지 기업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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