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북한이 지난 26일 무인기 5대를 군사분계선(MDL) 넘어 우리 영공으로 날려 보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 같은 도발이 우리 군의 ‘과잉 대응’을 유도해 무력도발의 명분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무인기 항적을 일부러 노출해 우릴 혼란에 빠뜨리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그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도발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자신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으면 계속 피곤하게 만들겠단 메시지도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이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떠보고,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27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지난 26일 오전 10시25분쯤 경기도 김포 전방 및 MDL 북쪽 상공에서 북한 무인기들의 이상항적을 처음 발견했다. 이후 경기도 김포·파주, 인천 강화 상공까지 내려온 무인기를 순차적으로 포착했으며, 특히 서울 북부 지역 상공까지 날아온 무인기도 1대 있었다.
우리 군은 이날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포착한 뒤 경고방송·사격을 수차례 실시했다. 또 무인기 격추를 위해 전투기와 공격헬기 등도 투입했다.
그러나 북한 무인기들은 우리 군의 추적과 격추 시도를 모두 피했다. 특히 서울 지역 상공까지 접근했던 무인기 1대는 다시 MDL을 넘어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이 무인기가 서울 상공까지 진입하는 동안 다른 무인기 4대는 강화 일대를 비행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우리 군의 대응전력을 분산시키려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그간 우리나라와 미국 등의 대화 요구에 ‘대북 적대시정책 및 2중 기준 철회’를 선결조건으로 제시해왔다. 이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를 해제해 달란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이날 무인기 도발은 지난 20일 한미연합군이 B-52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공중훈련을 실시한 사실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올 후반기 연쇄적으로 벌였던 동·서해 ‘해상완충구역’(9·19합의에 따라 군사 활동이 금지된 남북한 접경 수역) 포격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무인기 도발을 벌였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군이 접경지 일대에서 북측을 향해 직접 사격을 가했을 경우 우리 측의 ‘9·19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적반하장식 공세에 나섰을 수 있단 것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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