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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에 충격...11년뒤 직접 참여, 가족도 기뻐했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27 14:35

수정 2022.12.27 14:35

'아바타2' 최종진 컴퓨터그래픽(CG) 슈퍼바이저
아바타:물의 길, 영화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아바타:물의 길, 영화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VFX스튜디오 양대산맥인 ILM과 웨타FX에서 일하는 한국인 스태프는 꾸준히 증가세다. ‘아바타:물의 길’에는 최종진 컴퓨터그래픽(CG) 슈퍼바이저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최씨는 미국 뉴욕에 있는 프랫 인스티튜트 아트&디자인 스쿨에서 미술학사 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소재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 매직(ILM)과 소니픽쳐스 이미지웍스를 거쳐 2010년 웨타FX에 입사했다.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에서 CG캐릭터 조명과 렌더링 작업을 맡았다.
이후 ‘어벤져스’ ‘아이언맨3’ ‘호빗’ ‘정글북’ ‘헝거게임;캣칭 파이어’ 등에 참여했다. ‘아바타:물의 길’에서는 CG슈퍼바이저로 활약했다.

- 촬영 소감 및 작업 소개 부탁한다.

△ 최종진 CG슈퍼바이저/이번 작품에서 모델링부터 컨버팅까지 CG의 모든 과정을 책임졌다. '아타바'2는 특별한 작업이었다. 가족의 반응도 달랐다. 영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아내가 내 이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뎌졌는데, ‘아바타2’를 한다고 했을 때 굉장히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아주 기뻐할 것이라고 본다.

이번 작업은 그야말로 예산의 제약없이 현존하는 기술을 총동원해 작업에만 집중한 흔치않은 기회였다. 매장면 아티스트 영혼이 깃들어있다. 핵심 장면을 히어로샷,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샷을 필러샷이라고 하는데, ‘아바타2’는 모든 장면이 히어로샷이다.

- 작업 기간 및 다른 작품과 차별점을 꼽는다면?

△최종진/실제 CG 작업한 기간은 2020년부터 2년 조금 넘는다. 평균적인 영화는 CG 작업에 1년 이내 기간이 소요되니 2배 가량 작업 기간이 더 길었다. 무엇보다 아티스트 개개인이 정말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라 열의를 갖고 참여했다.

이번 작업에 참여한 인원은, 웨타 소속 직원이 대략 2000명 정도 되는데, 그만큼 투입됐다고 할 수 있다. ‘아바타2’ 작업을 소화하기 위해 캐나다 벤쿠버, 미국 LA, 호주 맬버른에 사무실이 마련됐다. 이 인원이 2년 내내 작업한 것은 아니고 두세달 일하고 빠진 사람까지 포함하면 2000명쯤 될 것이다.

- ‘아바타2’ 작업하면서 염두에 둔 점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특별히 주문한 내용이나 원칙이 있다면?

△최종진/카메론 감독님 눈높이가 높은 것으로 유명해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막상 작업은 큰 수정없이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왜냐하면 다른 감독님보다 CG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나보다 더 아는 부분이 많았다. 디렉션이 정확했다. 디테일도 신경 쓰나 전체적인 완성도나 스토리텔링을 더 중시했다. ‘아바타2’는 풀 CG샷이 많은데 티가 안나면서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흘러간다. 아무리 아름다운 샷이어도 영화의 흐름에 방해되면 과감히 뺐다.

- 카메론 감독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가?

△최종진/그렇다. 13년 전에 ILM에서 근무할 당시 우리 회사에서 ‘아바타’ 일부 장면을 작업했다. 덕분에 당시 수장이었던 조지 루카스 감독 별장에서 ‘아바타’ 개봉 전에 내부 시사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너무 혁신적인 비주얼에 다들 말을 잃었던 기억이 난다.

- 이번 작업에서 가장 혁신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최종진/제가 담당한 파트는 아니지만, 수중 퍼포먼스 캡처를 꼽고 싶다. 카메론 감독이 이를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R&D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배우들이 물속이 아니라 공중에서 물속인양 연기했는데, 이렇게 모션캡처하면 아무래도 물속이라는 느낌이 덜 든다. ‘아바타2’를 위해 감독님이 수중카메라를 아예 발명했고 물속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퍼포먼스를 캡쳐했다.

물 표현도 진일보했다. ‘아바타1’이 수영장 규모라면 ‘아바타2’는 바다라고 할까. 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면 엄청난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 데이터량이 ‘아바타1’ 대비 ‘아바타2’에서 20배가 늘었다. 물의 99%는 다 CG로 만든 것이다.

- 존 랜도 프로듀서가 속편이 늦어진 이유로 기술을 꼽았는데?

최종진/지난 13년간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제 업무 기준에선 가장 진일보한 기술을 꼽는다면 물의 표현이다. ‘커스틱’이라고, 수영장에 햇빛이 비칠 때 물밑에서 일렁이는 무늬가 커스틱인데, 과거에도 가능했으나 하드웨어 성능이 안 받쳐줘 대규모로 사용하기 힘들었다. 지금은 웨타가 커스틱에 최적화된 자체 렌더러를 개발하여 사용했다. 지금은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하는지가 중요하다. 소속 라이트 아티스트가 섬세하게 조절하며 가장 아름다운 커스틱 무늬와 패턴을 찾았다.

- 코로나19 이후 한국인 창작진의 해외진출 사례가 늘고 있는데 증가 배경은 무엇인가?

△최종진/코로나로 인해 스트리밍 서비스가 부각되면서 기회가 많아졌다. CG 인력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예전에는 한 곳에서 영화 한편을 작업했다면, 요즘은 마블 작품 같은 경우 10군데서 동시 작업하기도 한다. 덕분에 업계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제가 처음 CG할때만 해도 미국 소재 미대를 나와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지원하는 게 유일한 루트였다면 지금은 한국에서 일한 사람도 포트폴리오가 좋으면, 굳이 현지로 이주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다.

- ‘아바타:물의 길’은 뛰어난 비주얼 완성도로 일부 장면은 CG가 아니라 실사와 같게 느껴진다. 실사에 얼마나 가까워진 결과물인가?
[서울=뉴시스] 최종진 웨타FX CG 슈퍼바이저(왼쪽)와 황정록 웨타FX 시니어 아티스트(오른쪽).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최종진 웨타FX CG 슈퍼바이저(왼쪽)와 황정록 웨타FX 시니어 아티스트(오른쪽).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최종진/CG는 늘 실제와 같은 사물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젠 사실성보다는 영상미가 얼마나 뛰어난지가 중요하다. 웨타의 강점이 바로 영상미다. 사실성과 심미성의 균형을 중시하며 그 심미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뿌듯한 장면, 편집된 장면을 꼽는다면?

△최종진/우리 팀에서 한 작업 중에선 수중 추격신이다. 멋진 장면이었으나 좀 길다고 편집됐다. 스태프들이 수백시간 들여 작업해놓은 결과물이라도 영화의 전반적 흐름을 위해 빠지는 건 다반사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작업 과정의 일부다. 영화 전체적으로는 거대 수중 생명체와 캐릭터들이 수중에서 교감하는 장면이 아름답게 나와서 기뻤다. 후반부 수중 추격신도 인상적이었다. 배가 가라앉을 때 ‘타이타닉’에서 봤던 장면이 CG로 다시 표현돼 감동적이었다.

- 웨타FX만의 강점을 꼽는다면?

△최종진/앞서 말했듯, 심미적인 부분에 아주 신경을 쓴다. 일례로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눈빛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라이트라고 따로 빛을 준다. 그 반사된 빛, 리플렉션을 표현하기 위해, 하루 혹은 일주일 이상을 쓰기도 한다.

- ‘아바타’ 후속편이 5편까지 예고돼 있는데, 얼마나 더 발전된 비주얼 기술을 보게 되나?

△최종진/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직까진 어떤 신기술이 쓰일 것이라고 발표된 건 없다.
다만 0에서 90까지 기술발전이 이뤄지는 것보다 90에서 100에 도달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아바타’ 후속편은 더 완벽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지금이 90이라면 97이나 100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아티스트의 노력 역시 ‘아바타2’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될 것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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