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조한철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캐릭터를 연구하다보면 애정이 생겨 완전히 나쁜 캐릭터가 안 되네요.”
인기리에 종영한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의 둘째 아들 진동기 시장을 연기한 배우 조한철의 말이다. 조한철은 ‘갯마을 차차차’부터 ‘지리산’ ‘약한영웅’ ‘재벌집 막내아들’ 등 화제의 드라마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지난 1년 무명 가수 출신의 철부지 딸 바보 아버지(‘갯마을 차차차’)와 사이코패스 재벌(‘법대로 사랑하라’)을 오간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권모술수가 특기인 눈치와 계산 빠른 재벌 2세로 활약했다.
입은 살짝 웃고 있지만 안경 너머 가늘게 뜬 눈으로 상대를 떠보고 필요하면 “아버지~”하며 애교도 잘 부리는 진동기 사장은 호시탐탐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아버지의 뒤를 이을 형과 조카의 뒤통수를 칠 기회를 노린다.
조한철은 진동기 캐릭터와 관련해 “부모의 관심을 받는 첫째와 이유없이 사랑받는 셋째와 달리 둘째의 애환이 있다는 심리 분석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며 “둘째의 심리적 특징을 캐릭터에 녹였다. 정체성 혼란을 켞고, 눈치도 많이 본다고 하여 진도기를 연기할 때 늘 눈을 열심히 굴렸다”고 말했다.
“악역을 종종 하는데, 악랄하게 나빠지지 않는다. 제 탓이다. 처음 대본 읽을 때는 쓰레기다 싶다가도 왜 쓰레기가 됐는지 이해하다보면 왠지 안쓰럽고 (캐릭터에) 애정이 생긴다”며 자신이 연기하는 악역 캐릭터의 특징을 설명했다.
“흔히 (상대를 속속들이) 알면 욕하기 어렵다고들 하잖나. 따져보면 ‘약한영웅’에서 가장 나쁘게 나오는데, 촬영일수가 짧아 캐릭터에 애정이 생기기 전에 촬영이 끝나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며 웃었다.
조한철의 소박하면서도 느긋한(?) 성격도 한몫했을까?
실제로는 ‘이유 없이 사랑받는 셋째’라는 그는 “중고등학교 때 대학로 소극장에 서있는 나를 꿈꿨다”며 “근데 그 꿈을 20대에 이뤘다”고 말했다.
조한철은 1998년 연극 ‘원룸’으로 데뷔했다. 약 10년간 연극계에서 활동하다 영화 ‘박하사탕’(2000)으로 영화판에 발을 들였고, 드라마 ‘아이리스’(2009)를 시작으로 드라마에 진출했다.
대략 10년 주기로 활동영역을 확장했다는 지적에 그는 “계획한 것은 아니다”며 “저는 우연히 사는 사람”이라고 웃었다.
“엄마와 아내는 (내 성장 속도가) 너무 느려 답답했겠지만, 그래서 미안하지만, 저는 제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아주 조금씩 성장하고 윤택해졌다. 행복이라는 게 상대적이다. 나는 아주 조금씩 나아졌다. 그게 아주 행복하다. 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주역으로 활약하는 송중기를 보면서 안쓰럽다는 생각도 한다고 덧붙였다.
“송중기 보면 안쓰럽다. 불안하지 않을까. 주연이니까, 드라마를 책임져야 하잖나. 저야 중기 뒤에 숨어도 되니까. 저 무게를 어떻게 견딜까? 언젠가 저도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지금보다 어릴 적에 그렇게 성공하지 않았던 게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선배 이성민에 대해선 감탄을 거듭했다.
그는 “대학로에 어느날 중년배우가 등장했다”며 연극배우 시절을 떠올렸다. “어느날 내 데이터에 없던 배우가 대학로에 등장했는데 날아 다니더라. 어디서 왔지? 알고 봤더니 대구에서 활동하다 올라오셨다. 물론 그때보다 이번 드라마에서 더 충격을 받았다.”
이유는 이성민이 조한철보다 겨우 5살 많을 뿐인데 자신의 아버지이자 노인을 연기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는 “이게 말이 돼 싶었는데,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며 이성민의 호연을 칭찬했다.
윤제문 김현 김신록 등 연극 출신 배우들이 유난히 많았던 작품인데다 단체로 등장하는 장면도 많아 “연극하는 기분도 들었다”며 “좋은 배우들 덕분에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부연했다.
“솔직히 시청률 1% 나오는 드라마도 배우들은 똑같이 열심히 연기한다.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면, ‘재벌집 막내아들’은 우리끼리 합이 좋았다. 매 장면 연기하는게 재미있었다. 대본과 소재의 힘도 있었다. 다 맞아떨어진 덕이다.”
"드라마를 11개월 가까이 찍었다. 몹신이 많았다. 2인 장면이 1시간 걸리면 셋이 카메라에 걸리면 2시간, 이렇게 두배씩 늘어난다. 온 가족 밥먹는 신을 찍으면 개미지옥이었다. 재밌었다. 특히 연극 출신 배우들이 많아서,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한때 연기 수업 제자였던 박지현을 현장에서 만난 것은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는 “지현씨가 대학 다니던 시절, 나무액터스에서 신인을 발탁했고 제가 연기 수업을 맡아서 했는데 그때 만났다”며 “이번에 서로 ‘저 여기 와있어요’ 하며 눈인사를 나눴던 순간이 기억난다. 동료가 돼서 아주 좋았다”며 뿌듯해했다.
“다작의 원동력? 제가 원래 놀지 못한다. 또 배우들은, 누구나 불안이 있다. 매순간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니까, 불러주면 가야 한다, 연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니까. 또 나는 아직, 연기 욕심이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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