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확정일자를 받아놓으면 문제가 생길 경우 우선 변제를 받을 권리를 갖는다. 임차인이 가입하는 전세금반환보증과 임대인이 가입하는 임대보증보험 제도도 있다. '깡통전세'인 줄도 모르고 전세계약을 했다가 이런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나앉는 지경이 된다.
빌라왕 사건의 피해자들을 위해 정부는 가구당 최대 1억6000만원, 연 1%대 긴급 저리대출 등의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된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을 국가가 구제해 줄 수는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기존의 임차인 보호책으로는 깡통전세 사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임대보증보험도 임대인이 가입한 것으로 속이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차제에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촘촘한 대책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 물론 중요한 것은 보험 가입이다. 임대인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임차인의 확인 후 전세계약을 하는 절차를 지키도록 법적으로 규정해 놓아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도 대칭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임대인이 어떤 사람인지 임차인이 알아야 한다. 내년 4월부터 전세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도 임대인의 세금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것은 임차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임대인 변경 때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전세 계약 때 시세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자가진단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실거래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국부동산원에서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시세를 추정할 수 있다니 신축 빌라 계약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믿을 곳은 국가밖에 없어 지금도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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