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비영리민간단체의 국가보조금 투명성 강화에 정부가 칼을 꺼내든 배경에는 국가 재정이 투명하고 원칙있게 쓰여져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의 혈세인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한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실제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현재의 국가보조금 관리체계를 새해 전면 재정비해서 국민 세금이 제대로 투명하게 쓰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 국가보조금 수술에 나선 이유는 지난 7년간 시민단체에 지원된 국가보조금이 30조원을 넘지만 부정사업 적발 건수가 153건에 불과하고 환수금액도 34억원에 그치는 현실에 따른 것이다. 이제라도 국가보조금 사업에 대한 제대로된 관리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끊이지 않는 부당지원 의심사업
대통령실은 대규모 국가보조금 지원에도 각종 문제사업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민간단체 보조금 관리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표적인 문제사업은 세월호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사업에서 총 10건의 문제 있는 회계처리가 발견돼 회수한 사례가 꼽힌다.
구체적으로 60억원이 지원된 4·16 재단은 사업계획에 포함된 피해자 활동 평가 워크숍 미개최, 예산으로 건강보조식품 구입, 사전 품의 없이 업무추진비 주말·심야 사용 등이 적발됐고 1400만원을 환수했다.
사업목적과 무관한 정치적 활동에 보조금이 지원된 사례도 존재한다. 행안부, 경기도, 안산시가 공동으로 6년간 110억원을 지원한 세월호 피해지원사업이 그 취지와는 상관이 없는 북한 국무위원장 신년사 학습, 김일성 항일투쟁 세미나, 희생자 아닌 가족들의 펜션 여행 등에 사용돼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독립운동가 기념사업으로 현충원 탐방을 하겠다며 보조금을 받은 후, 정치인을 초빙해 사업계획과 무관한 친일파 파묘 퍼포먼스를 해 지원금을 전액 회수당한 사례도 있다. 이 수석은 "민간단체 보조금은 연간 5조4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계 투명성 제고…신뢰도 높인다
시민단체 국가보조금 수술은 회계 투명성 제고를 통한 사회 전반의 신뢰도 향상에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최근 윤 대통령이 지시했던 노조 부패 방지를 위한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공시 제도와 비슷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노조 부패를 막는 확실한 길은 회계 투명성 강화"라며 "노조 회계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하고, 기업공시 제도와 같은 이런 공시 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보수 정권의 눈앳가시 존재인 노조나 시민단체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기 위함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이 기업 비리나 경제 사범 수사를 진행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금원 추적이다. 투명성 강화라는 명분이 있지만, 노조 회계 공시제도나 시민단체 보조금 현황 조사는 자금원을 밝히는 일과 유사하다. 검찰총장 출신 윤 대통령의 특기인 셈이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이번 전수조사가 문재인 정부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는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건 꼭 문재인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여러 정부를 거치는 동안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이 꾸준히 늘어왔고,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그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며 "그 민간단체 보조금의 증가 속도에 비해서 관리시스템은 적절히 마련되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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