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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의 본초여담] 32가지 약재로 OO을 만들어 베었더니 무병장수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31 06:00

수정 2022.12.31 06:00

[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된 약침(藥枕) 베개의 일종.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된 약침(藥枕) 베개의 일종.

중국 한(漢)나라 때, 전한 시대의 황제인 무제(武帝)는 신하들과 함께 동쪽 지역을 살펴보기 위해 순행(巡幸)을 떠났다. 그러던 중 태산(泰山)에 다다랐을 무렵 밭에서 김을 매고 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노인을 등지고 해가 태산에 걸쳐져 있는 터라 마치 노인의 몸에서 석양의 노을빛이 나는 듯했다. 그런데 실제로 노인의 등에서 몇 척이나 되는 빛이 뻗어 나오는 것이었다.
마치 등에 큰 등을 하나 달고 있는 듯했다.

무제는 괴이하게 여기면서 노인에게 다가가 “그대는 도술(道術)을 닦았는가?”하고 물었다.

노인은 무제가 한눈에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인 것을 알아채고 엎드려 고개를 조아리면서 “이렇게 밭을 일궈서 살아가는 노인네가 무슨 도를 논하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무제는 “그럼 어떻게 해서 그대의 몸에서 빛이 나는 것인가?”하고 물었다.

노인은 속으로 깜짝 놀라면서도 답을 하지 못했다. 사실 자신에게 빛이 난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이런 질문도 처음 받아 봤기 때문이다. 옆에 있는 신하들은 도대체 노인에게서 무슨 빛이 난다고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빛은 무제의 눈에만 띈 것이었다.

옛말에 천금부전(千金不傳)이라고 해서 아무리 많은 대가를 주더라고 그 사람이 적합하지 않으면 전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에 노인은 무제가 보통 사람이 아니기에 자신의 비밀을 자세하게 전할 만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노인은 “저는 오래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도 85세까지 살아 머리는 새하얗고 치아는 듬성듬성해서 늙어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한 도사가 대추와 물만 마시면서 곡식을 끊는 방법과 신묘한 베개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는 도사의 말대로 베개를 만들어 베었고 곡식을 끊고서 대추와 물만 먹기 시작했습니다.”라고 했다.

노인은 지금 나이가 이미 85세가 넘었고 과거 84세 때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제는 예전에 85세 때라는 있었던 일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노인은 이어서 “그 베개를 베고 자니 몸이 다시 젊어지더니 백발이 검게 변하고 빠진 치아가 다시 생기며, 하루에 300리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180세인데 사람들이 그리워 속세를 떠나 산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다시 곡식을 먹은 지 이미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신묘한 베개의 힘으로 늙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베개를 신침(神枕)이라 부릅니다. ”라고 했다.

무제는 노인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 베개가 있으면 자신도 무병장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베개의 비밀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무제는 “그 베개를 어떻게 만들었단 말인가. 어서 신침을 만드는 방법을 말해 보시게나.”라고 재촉하며 물었다.

노인은 신침을 만드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5월 5일이나 7월 7일에 산에서 측백나무를 잘라 베개 모양을 만듭니다. 길이는 1자 2촌, 높이는 4촌으로 하고, 1말 2되가 들어갈 정도로 속을 비워야 합니다. 그리고 가운데가 붉은 측백나무로 두께가 2푼이 되게 뚜껑을 만드는데, 뚜껑은 헐겁게 하지 않으면서 여닫을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뚜껑에 좁쌀을 넣을 수 있는 크기로 구멍을 만드는데 1줄에 40개씩 3줄로 모두 120개를 뚫습니다.

그 다음 나무통 속에는 32가지 약재를 넣습니다. 그 중 24가지는 좋은 것으로 24절기에 해당하고, 8가지는 독이 있는 것으로 팔풍(八風)에 상응합니다. 먼저 천궁, 당귀, 백지, 신이, 두형(杜蘅), 백출, 고본, 목란, 천초, 계피, 건강, 방풍, 인삼, 길경, 백복령, 형실(荊實), 육종용, 비렴(飛廉), 백자인, 의이인, 관동화, 백미, 천초, 미무(蘼蕪)로 해서 모두 24가지 약재를 1냥씩 준비해서 통에 넣습니다. 이것은 24절기에 상응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독이 있는 약재로 오두, 부자, 여로, 조각, 강초(𦬣草), 반석, 반하, 세신 등을 8가지 약재를 각 1냥씩 준비합니다. 이것은 팔풍(八風)에 상응합니다. 독이 있는 8가지 약재는 먼저 채워 넣은 24가지 약재 위에 올려서 채워 넣습니다. 이렇게 모두 32가지를 약재로 나무 베갯속을 채운 후 나무 뚜껑을 닫고 베주머니로 베갯잇을 만들어 씌운 후 사용하면 됩니다.

신침 뚜껑에 120군데의 구멍을 뚫는 이유는 그 안의 32가지의 약재 그 냄새를 맡으며 베고 자고 함이 목적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평소 좋은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활력이 생기고 정기(正氣)가 되살아나는 이치입니다. 중요한 것은 가죽 주머니로 한번 더 베갯잇을 만들어 씌워 놓았다가 사용할 때면 가죽 주머니를 벗겨서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다시 감싸 놓습니다. 가죽 주머니는 약재의 향과 기운이 달아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무제는 “그럼 신침의 효능은 어떻게 나타나는가?”라고 다시 물었다.

노인은 “이것을 베고 잔 지 100일이 지나면 얼굴에 광택이 생깁니다. 1년이 지나면 몸에 있는 여러 가지 질병이 하나씩 나으면서 몸에 향이 나기 시작합니다. 4년이 지나면 백발이 검게 되고 빠진 치아가 다시 나며 눈과 귀가 밝아집니다.”라고 답했다.

무제는 이제야 노인이 85세에 그 베개를 만드는 비법을 받았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지금 보이는 노인의 얼굴은 50세쯤 되어 보였기에 지금의 나이가 180세라는 말은 믿기지 않았지만, 신하들을 시켜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노인의 말이 사실이었다. 무제는 고마움의 표시로 노인에게 비단 1필을 상으로 내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인이 받지 않고 말하기를 “신험한 비방은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면 전해주지 않는 것입니다. 황제께서 저를 알아봐 주셨기에 전했을 뿐입니다. 임금과 신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같습니다. 자식이 도를 듣고서 부모에게 아뢰는 것이니 도의상 받을 수 없습니다. 또 저는 도를 파는 사람이 아닙니다. 신침으로 무병장수하셔서 세상에 더욱 선(善)한 통치를 행하시길 바랍니다.”라 하였다.

그러자 무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단 대신 여러 가지 약을 하사하였다. 무제는 궁으로 돌아왔다. 궁으로 돌아온 무제는 자신의 최측근인 동방삭(東方朔)을 들라 하였다. 사실 노인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아직도 믿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동방삭은 모르는 것이 없는 신하였기에 “그대는 혹시 신침(神枕)이라고 아는가?”
그러자 동방삭은 “황제께서 어찌 신침을 물으십니까? 신침은 옛날에 여렴(女廉)이 옥청(玉靑)에게 전했고, 옥청은 광성자(廣成子)에게 전했으며, 광성자는 황제(黃帝) 헌원씨(軒轅氏)에게 전했습니다. 근래에는 곡성도사(穀城道士) 순우공(淳于公)이 이 약베개를 베어서 100살이 넘어도 백발이 되지 않았다는 말이 전해집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순우공이라는 도사가 노인에게 신침법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과정에 누가 있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그렇다.

무제는 동방삭에게 “그 신침법이 이제 나의 귀에 들어왔다. 나는 오늘 태산 아래의 한 노인에게서 신침법에 대해 자세하게 전해 들었다. 그대는 내가 신침을 만들어 베면 나도 무병장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동방삭은 “어찌 신침이라고 해서 모든 병을 막아 장수를 장담하겠습니까? 세상에 그런 베개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동방삭은 무제의 사치를 간언(諫言)하기도 할 정도였기에 아첨하는 신하가 아니었다. 이러한 솔직함 때문에 무제가 동방삭을 부른 이유이기도 하다.

동방삭의 말을 듣고서 무제가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자, 동방삭은 “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와 같은 밖에서 들어오는 외인(外因), 두 번째, 칠정(七情)과 같은 감정으로 안에서부터 병을 일으키는 내인(內因), 세 번째, 음식이나 외상 등으로 인한 병의 원인이 되는 불내외인(不內外因)이 있사옵니다. 외사는 대부분 양맥(陽脈)으로 침범하기 때문에 신침은 목뒷덜미로 사기가 침범하는 것을 막아 줄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칠정을 다스려서 내인을 제거하고, 음식을 조절해서 불내외인을 막아야 황제께서 원하시는 불로장생을 이루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당연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무제는 그래도 동방삭이 신침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노인이 알려주는 방법대로 베개는 만들어서 베기 시작했다. 그러나 궁에는 산해진미가 많았기에 곡식을 끊고 대추와 물만 마시는 것은 제대로 따를 수 없었다. 또한 성질은 다혈질이며 불같아 화(火)를 다스리는 일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무제가 신침의 효능을 봤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무제의 재위 기간은 54년으로 이 기간은 중국 역사상 청나라의 강희(康熙), 건륭(乾隆)을 제외하고 가장 길었다. 무제가 내인과 불내외인까지 다스릴 수 있었다면 혹시 또 모를 일이었다.

*제목의 ○○은 신침(神枕)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동의보감> 神枕法. 昔, 泰山下, 有老翁, 失其名字. 漢武帝, 東巡, 見老翁, 鋤於道傍, 背上有白光, 高數尺. 帝怪而問之, 有道術否. 老翁對曰, 臣, 昔年八十五時, 衰老垂死, 頭白齒豁. 有道士者, 敎臣服棗, 飮水, 絶穀, 幷作神枕法. 中有三十二物, 其中二十四物, 善, 以當二十四氣, 其八物, 毒, 以應八風. 臣行之, 轉少, 白髮還黑, 墮齒復生, 日行三百里. 臣今年一百八十矣, 不能棄世入山, 顧戀子孫, 復還食穀, 已二十餘年, 猶得神枕之力, 往不復老. 武帝視其顔狀, 常如五十許人, 驗問隣人, 皆云信然. 帝乃從受其方, 作枕, 而不能隨其絶穀, 飮水也. 중략. 武帝, 以問東方朔. 答云, 昔女廉, 以此方傳玉靑, 玉靑以傳廣成子, 廣成子以傳黃帝. 近有穀城道士淳于公, 枕此藥枕, 年百餘歲, 而頭髮不白. 夫病之來, 皆從陽脉起, 令枕藥枕, 風邪不侵人, 宜矣. 又雖以布囊, 衣枕上, 當復以韋囊, 重包之, 須欲臥枕時, 乃脫去之. 詔賜老翁匹帛, 老翁不受曰, 臣之於君, 猶子之於父也. 子之知道, 以上之於父, 義不受賞. 又臣非賣道者, 以陛下好善, 故進此耳. 帝止而更賜以諸藥.(신침법. 옛날에 태산 아래 어떤 노인이 살았는데 그 이름은 전하지 않는다. 한나라의 무제가 동쪽으로 순행하다가 길가에서 김을 매고 있는 노인을 보았는데, 그의 등에서는 몇 척이나 되는 흰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무제가 괴이하게 여겨 도술을 닦았는지 물었다. 노인이 “제가 오래전 85세이었을 때 노쇠하여 거의 죽을 것 같았고 머리는 희고 치아는 듬성듬성했었습니다. 그런데 한 도사가 대추를 먹고 물을 마시며 곡식을 끊는 방법과 신묘한 베개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베개 속에는 32가지 약재를 넣습니다. 그 중 24가지는 좋은 것으로 24절기에 해당하고, 8가지는 독이 있는 것으로 팔풍에 상응합니다. 그것을 베고 자니 다시 젊어져서 백발이 검게 변하고 빠진 치아가 다시 생기며, 하루에 300리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180세인데 자손이 그리워 속세를 떠나 산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다시 곡식을 먹은 지 이미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신묘한 베개의 힘으로 늙지 않고 있습니다.”라 하였다. 무제가 그 얼굴을 보니 50세쯤 되어 보여서 이웃 사람들에게 확인해 보니 모두 사실이었다. 무제가 그 방법대로 베개는 만들었으나 곡식을 끊고 물을 마시는 것은 제대로 따르지 못했다. 중략. 무제가 동방삭에게 물으니, 그가 “옛날에 여렴이 옥청에게 전했고, 옥청은 광성자에게 전했으며, 광성자는 황제에게 전했습니다. 근래에는 곡성도사 순우공이 이 약베개를 베어서 100세가 넘어도 백발이 되지 않았습니다. 병이 올 때는 모두 양맥)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약베개를 베면 풍사가 사람에게 침입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비록 베주머니로 베갯잇을 만들지만 가죽 주머니로 다시 감싸 놓았다가 베개를 베고 잘 때만 벗겨내야 합니다.”라 하였다. 무제가 노인에게 비단 1필을 상으로 내렸는데 노인이 받지 않고 말하기를 “임금과 신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같습니다. 자식이 도를 듣고서 부모에게 아뢰는 것이니, 도의상 받을 수 없습니다. 또 저는 도를 파는 사람이 아닙니다.
폐하가 선행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알려드리는 것뿐입니다.”라 하였다.
무제가 그만두고 다시 여러 가지 약을 상으로 내렸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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