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지난달 26일 서 전 원장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서 전 원장은 지난 2019년 11월 문재인 정권 당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강제로 북송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의 합동 조사를 조기에 종료시킨 혐의 등을 받는다.
국정원은 2019년 11월 2일 탈북 어민들이 나포된 당일 귀순의사를 표명했다는 보고서를 국가안보실에 전달했으나, 이틀 뒤인 11월 4일 청와대 대책 회의 이후 북송 방침이 결정됐고,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인도됐다. 당시 서 전 원장 등 정부 인사들은 어민들이 선원 16명을 살해하는 등 흉악범죄를 저지른 상황에서 귀순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검찰은 귀순 의사에 반해 이들을 송환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법' 근거 될 수 있나
문 정부 인사들은 북한이탈주민법 9조가 탈북 어민을 강제 북송할 수 있는 근거라고 주장한다.
북한이탈주민법 9조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를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탈북 어민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해당 법에 따르면 항공기 납치나 마약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위장탈출 혐의자도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밖에도 국내 입국 후 3년이 지나 보호 신청한 사람,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대한 중대한 위해 발생우려 등의 사유로도 보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는 것이 강제 북송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호대상자란 북한이탈주민법의 보호 및 지원을 받는 북한이탈주민이라고 정의하는데, 이 법에서 추방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인권침해지원센터장인 윤승현 변호사는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라 보호대상자에서 제외됐다면 대한민국에서 지원해주는 혜택을 받지 않고 국내에 있으면 된다"며 "현재 법 체계로서는 강제로 의사에 반해 송환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무죄추정 원칙' 등 헌법 위반"
사법 절차 없이 송환한 것도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살인혐의 등의 의혹에 대해 적법하게 따지는 절차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당시 북송된 어민 2명은 타고오던 배 안에서 16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길이 17m정도의 쪽배에서 2명이 16명을 살해했다는 의혹은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재판을 통해 진위를 따지지 않고 혐의를 확정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또 헌법 제3조는 북한 영토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귀순 의사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을 강제 추방하는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며 "명백한 물증 하나 없이 살인 혐의를 예단하는 것은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지난해 7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유죄가 있을 경우 국내 사법 시스템을 통해 처벌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죄로 판단될 경우) 한국 사법 시스템은 당연히 단죄가 가능하다"면서 "탈북민이 한국 입국 이전 중국에서 행한 성폭력 범죄에 대해 대한민국이 수사해 법원에서 징역형을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고 예를 들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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