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23년은 사법권력 지형도 변화가 시작되는 해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각각 9월과 11월 퇴임하는 데다, 대법관 2명과 헌재 재판관 2명도 교체된다. 대법원과 헌재 인력이 대폭 물갈이 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사법부 성향이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
■사법부 보수화 신호탄?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동안 대법원장과 헌재 소장을 비롯해 대법관 14명 중 13명, 헌재 재판관 9명 전원이 교체된다.
김 대법원장 임기는 9월까지다. 그 전인 7월에는 조재연, 박정화 대법관의 임기가 끝난다. 헌재에서는 3월 이선애 재판관을 시작으로 4월 이석태 재판관, 11월 유 소장 임기가 마무리된다.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과 헌재에서 수장들을 포함해 올해 총 6명이 교체되는 셈이다.
후임 대법원장과 헌재 소장은 윤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는데, 이 때문에 향후 사법부 색채는 다시 보수 쪽으로 기울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높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인 2017년 임명된 김 대법원장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취임 후 진보 색채가 강한 대법관 5명을 임명 제청해 '사법부 진보벨트'를 형성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올린 복수의 후보자 중 대법원장이 한 명을 선택,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 제청하면 대통령이 최종 낙점한다. 헌재 소장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만 대법관과 달리, 헌법재판관은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법조계에서는 벌써부터 대법원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색채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수 성향인 대법원장이 임명되면 대법원은 당연히 보수화된다고 봐야한다"며 "헌재 역시 재판관 9명에 대한 임명권 중 대통령 3명, 대법원장 3명에 국회 여당 몫 1명만 해도 보수 성향의 재판관이 7명이 넘어버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검수완박·사형제…주요 심판 속도낼까
헌재 역시 수장 퇴임을 앞두고 주요 사건 심판의 속도를 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지난 한 해 검찰을 뒤흔들었던 검사의 수사권 축소를 골자로 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권한쟁의가 대표적이다. 현재 헌재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등 이른바 '검수완박' 심리를 진행 중이다. 헌재 소장을 비롯한 인사 시즌이 시작되기 전, 올 초에 결론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법조계를 중심으로 흘러나온다. 이 외에도 사형제, 국가보안법, 에이즈예방법 등 지난해 공개변론을 열었던 사건의 심리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책을 일정 비율 이상 할인 판매할 수 없게 하는 '도서정가제'도 다시 헌재 심판대에 오른다. 헌재는 이달 12일 도서정가제 위헌 여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연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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