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2)이 범행 직후 모르는 남성들에게 다가가 밥을 사주며 시비를 걸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31일 MBC가 입수해 공개한 식당 CCTV 영상에 따르면 이기영은 같은 달 25일 처음 본 남성 5명에게 고기 값을 대신 내주겠다고 접근해 경기 고양시의 한 식당을 방문했다.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 닷새 만이다.
이기영은 남성들에게 "건물이 8개 있다. 돈이 많은데 같이 일하겠냐"며 자신의 재력을 과시했다고 한다. 이중 한 남성에게는 "넌 내가 시키는 거 다 할 수 있냐. 사람도 죽일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뒤 이기영은 갑자기 남성들에게 시비를 걸었고, 한 남성의 얼굴을 때리기까지 했다. 이에 남성은 이기영의 멱살을 잡았고, 이기영은 즉각 머리로 치받으며 공격했다.
싸움 도중 바닥에 넘어졌다 일어선 뒤에도 계속해서 시비를 걸었고, 이 과정에서 "끝까지 쫓아가 죽이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내뱉었다고 한다.
이기영은 이로부터 몇 시간 뒤인 낮 12시경 근처 병원에서 다친 손을 치료받던 중 경찰에 체포됐다. 현 여자친구가 이기영의 집 옷장에서 택시기사의 시신을 발견하고 신고를 한 것이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기영은 8월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주인이자 전 동거녀인 50대 여성을 살해해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기영은 동거녀를 살해하기 전부터 이웃 주민들에게 거짓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이기영은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지만, 이웃에게 "사업을 한다"고 소개했고, 또 A씨와의 관계를 부부 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를 살해한 뒤에는 "장모님이 치매라 간병하느라 아내가 정신이 없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이기영의 집을 방문했던 도시가스 검침원 B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9월 이기영이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큰돈을 상속받아 서울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고도 밝혔다.
이외에도 이기영은 4차례 음주 운전을 해 처벌받았던 사실도 밝혀졌다. 당시 육군 모 부대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하던 이기영은 2013년 두 차례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돼 군사법원에서 1년 6개월을 선고, 육군교도소에 수감됐다. 2018년에도 음주 운전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이듬해 다시 음주 운전을 해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한편 경찰은 이기영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동거녀의 시신을 찾는 등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기영이 거주하던 동거녀의 집안 곳곳에서 나온 혈흔을 국립과학연구소(국과수)에 감식 의뢰했다.
구속 기간 프로 파일러를 투입해 사이코패스 검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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