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북한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해임된 가운데, 지난달 말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대응해 우리 군이 MDL(군사분계선) 너머 북한 지역으로 올려 보낸 무인기를 북한군이 탐지하지 못한 책임을 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엿새간 진행된 노동당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논의한 조직문제(인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박정천 동지를 해임하고, 리영길 동지를 당 중앙위원회 비서로 선거했다"며 "박정천 동지를 소환하고 리영길 동지를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보선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박정천은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행사에서 조직 문제에 대한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인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조직문제에 대한 의결이 끝난 뒤에는 박정천이 앉았던 자리가 비어졌다.
북한 매체들은 박정천의 해임 사실을 명시하면서도 이유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박정천의 해임이 우리 군의 무인기 탐지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6일 우리 영공에 무인기들을 침범시킨 바 있다. 이에 우리 군은 국산 무인정찰기 '송골매 2대'를 북으로 보내 정찰 사진을 찍었다. 우리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간 것은 처음으로, 북한은 우리 군의 무인기를 전혀 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군을 총괄하는 박정천이 경계 작전의 실패를 책임진 것일 수 있다"며 "작전을 담당하는 이태섭 총참모장이 사회안전상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사실상 경고 차원의 인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는 박정천의 해임을 두고 북한이 새로 도입한 공세적 전략·전술을 운영하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국정원 유관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교체된 박정천이 주로 포병에서 경력을 쌓은 데 비해 이영길은 군단장 등을 역임한 야전·작전통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새로 도입한 공세적 전략·전술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인물을 기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이외에도 군 관련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영길의 진급으로 공석이 된 국방상에는 강순남 노동당 민방위부장 겸 당 중앙군사위 위원이, 민방위부장에는 오일정 군정지도부장이 임명됐다. 군 총참모장에는 박수일 사회안전상이, 사회안전상에는 군 참모장이었던 이태섭이 임명됐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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