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출근날인 2일 오전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놓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과 서울교통공사 간의 갈등이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벌어졌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5분 내에 지하철을 타겠다는 나섰고 공사는 이를 막았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2월 19일 서울교통공사가 박경석 전장연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전장연은 시위를 중단하고 공사는 오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고 조정했다. 조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전장연은 이날 5분 이내에 지하철을 탑승할 것이니 막지 말라며 나섰다. 반면 공사를 대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정안을 거부했다. 결국 전장연의 새해 첫출근날 지하철 타기는 갈등 끝에 실패했고 출근길은 혼란에 빠져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시위에 대한 불편함, 전장연에 대한 반감 등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8시부터 10시까지 삼각지역에는 전장연 관계자 50여명은 모여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오세훈 시장의 '휴전 제안'을 받아들여 시위를 잠정 중단한 지 13일만이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스크린도어 앞에서 "지하철을 타게 해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법원의 조정안에 따라 5분 이내에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오 시장은 이마저도 경찰 권력을 이용해 막으려 한다"며 "이는 엄연한 관치폭력이다"라고 주장했다.
지하철 탑승을 저지당한 전장연 활동가 A씨는 스크린도어를 막아선 경찰을 향해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잘못돼서 (경찰들은) 내 앞을 막느냐. 왜 웃어요, 왜 비웃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언제까지 우리가 지하철을 타는 것을 막을 것이냐"라며 "법원의 조정안대로 5분 안에 지하철에 올라타겠다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1분 간격으로 안내 방송을 해 전장연에 시위 중단과 퇴거를 요구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삼각지역장은 "역 시설 등에서 고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 광고물 배포 행위, 연설 행위 등은 철도안전법에 금지돼 있다"면서 퇴거 근거를 밝혔다. 철도안전법 50조는 이러한 행위를 한 자를 퇴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전장연은 이른바 '데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법원 조정안 수용을 서울시에 호소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법원 조정안은 1월 4일까지 의견을 제출하도록 돼있다. 전장연은 수용하는 의견으로 제출한 상태"라며 "이틀 남았는데 오 시장이 조정안을 수용해서 우리가 지하철에서 선전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열어달라"고 했다.
이어 전장연 활동가들도 30여분 넘게 스크린도어 앞에서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해주십시오" 등을 외쳤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삼각지역에서 약 1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했다. 장시간 이어진 시위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노약자석에서 전장연의 시위 현장을 지켜보단 B(60대)씨는 "전장연의 시위로 열차가 늦어지니 당황스럽다"며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힘없는 서민들이 아니라 국회의원들 앞에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무로역으로 출근하는 배모씨(30대)는 "스스로가 혐오를 조장하는지 모르겠다"며 "타인의 출근길을 방해하면 누가 좋아하겠냐"고 언급했다.
명동역으로 출근하는 임모씨(54)도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로 인해 장애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며 "전장연의 의견이 1~2명의 의견일 뿐 전체 장애인들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