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농구 천재’ 강백호, ‘불꽃 남자’ 정대만 등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이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3일 원작자이면서 직접 연출까지 맡은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은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슬램덩크’를 만들었다. 만화는 만화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는 영화로, 새로운 하나의 생명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노우에 감독은 주인공이 강백호가 아니라 송태섭으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원작을 그대로 똑같이 만드는 것이 싫어서 다시 ‘슬램덩크’를 한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하고 싶었다. 송태섭은 만화를 연재할 당시에도 서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원작 만화 ‘슬램덩크’는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 소년 점프’(슈에이샤)에서 연재되며 누적 발행부수 1억 2000만부를 돌파한 레전드 작품이다.
국내에선 1992년에 처음 소개됐는데 당시 심의규정에 따라 출판사가 당시 일본 지명과 이름을 모두 한국식으로 바꿨다. 쇼호쿠 고교 1학년 사쿠라기 하나마치가 ‘북산고’의 ‘강백호’로 바뀌게 된 이유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한국어 자막·더빙판 모두 한국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제작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제작 오퍼는 10년 이상 전부터 받았다. 파일럿 영상을 만들어왔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서 거절했다. 다만 짧은 영상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힘든데도 계속해서 제안해 주신 제작진의 열의를 느끼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OK를 한 것은 언제인가?
▲2014년이다. 결정적인 요소는 파일럿 영상의 ‘얼굴’이었다. 강하게 호소하는 듯한 느낌으로 만든 분의 영혼이 들어가 있었다. 기술이나 영상의 퀄리티보다 열의나 영혼 같은 감정적인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애니메이션 관련 기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기술은 어디까지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농구 장면의 CG는 10명이 코트 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그리는 데 가장 적합한 수단이기에 채택한 것이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그림이 그대로 움직이는 듯한 영상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어떻게 실현했나?
▲마음속에 ‘이런 느낌으로 하고 싶다’라는 이미지는 있어도 그 경험이나 지식은 없었다. 대강의 이미지를 제시하면 그것을 경험이 많은 스태프들이 ‘이런 느낌 아니냐’라고 해석하거나 전달해줬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여기가 골이다’라는 한 점을 향해 돌진한 게 아니라, 함께 쌓아 올라가며 최종적으로 ‘도달했다!’라는 느낌으로 완성했다.
―사실적인 농구 표현도 큰 특징이다. 경기 장면을 그리는 데 특히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
▲굉장히 세세한 부분이지만 발을 밟는 방법이나 공을 받는 순간의 신체 반응, 슛하러 갈 때의 약간의 타이밍 등 나 자신이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농구다움’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스태프들이 다 농구를 해본 사람이 아니라 그런 뉘앙스를 어디까지 전달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는데, 제작진들이 실제로 농구를 배우러 가서 직접 플레이를 해봤다고 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바라건대 아직도 농구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번 작업에 질려 ‘이제 농구는 쳐다보기도 싫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원작에 나왔던 경기 중간중간 혼잣말이나 코믹한 장면은 전부 사라졌다.
▲이것도 진행하며 느낀 것이지만, 원작의 세세한 개그는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만화라면 간단한 코믹 신을 막간에 넣거나 할 수 있지만 영화는 스크린 사이즈가 일정하여 구석구석에 개그를 넣어도 보이지 않는다. 커다란 화면에서 진행된다는 것이 만화와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만화라면 칸 나누기 등으로 답을 찾을 수 있었겠지만 영화에서는 그 방법을 찾지 못했고 거기에 너무 집착하는 것보다 만화는 만화, 영화는 영화만의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농구다움’을 우선시하는 결론을 내렸다.
―주인공이 강백호가 아니라 송태섭이라는 점에 놀란 팬들도 많았을 것 같다.
▲원작을 그대로 똑같이 만드는 것이 싫어서 다시 ‘슬램덩크’를 한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하고 싶었다. 송태섭은 만화를 연재할 당시에도 서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3학년에는 센터 채치수와 드라마가 있는 정대만, 강백호와 서태웅은 같은 1학년 라이벌 사이라서 2학년인 송태섭은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송태섭을 그리기로 했다.
원작에서 캐릭터의 가족 이야기는 잘 그려져 있지 않지만, 이번 작품에서 송태섭의 가족 이야기가 상당히 깊게 그려졌다. 연재할 때 나는 20대였기 때문에 고등학생의 관점에서 더 잘 그릴 수 있었고, 그것밖에 몰랐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시야가 넓어졌고 그리고 싶은 범위도 넓어졌다.
‘슬램덩크’를 그린 이후, ‘배가본드’나 ‘리얼’을 그려온 것도 영향이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에서 그린 가치관은 굉장히 심플한 것이지만, 지금의 나 자신이 관련된 이상, 원작을 그리고 난 후에 알게 된 것 ‘가치관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가 있어도 그 사람 나름의 답이 있다면 괜찮다’라는 관점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주제가를 The Birthday와 10-FEET에 맡기게 된 계기는?
▲오프닝의 경우는 하나의 음으로 시작해서 점점 여러 가지 소리로 늘어가는 조금 불온한 분위기의 긴 인트로를 원했다. The Birthday의 팬이었기 때문에 꼭 이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었다.
10-FEET는 엔딩이나 극중 음악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주었다. 좋은 데모곡을 많이 내주어 ‘좀 더 이렇게 해도 될까요’라고 요청하면 다른 제안을 주고, 거기서부터 또 몇 번이고 마다않고 세세하게 고쳐주고 정말 고개를 숙여도 부족할 만큼 감사하다.
―이노우에 감독은 지금까지도 항상 도전을 계속해온 사람이다. 이번 작품도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그건 만화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만화 이외의 것들을 여러 가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 안에서는 단 하나의 길이다. 전부 만화가로서 마주하고 있고, 모든 경험이 만화가로서의 나에게 돌아온다.
미술관 전시나 일러스트 일, 이번 영화도 나에게는 전부 ‘만화는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신을 깎아 다듬는 것이 결국 좋은 만화를 그리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슬램덩크’ 팬분들께 전하는 메시지는?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슬램덩크’를 만들었다. 만화는 만화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는 영화로, 새로운 하나의 생명으로 만든 작품이다. 결국 뿌리는 다 같고, ‘슬램덩크’를 이미 알고 있더라도, ‘이런 슬램덩크도 있구나’라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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