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그 어떤 전자회사보다도 더 치밀해져야 한다" 정의선의 역설 [FN 모빌리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03 15:40

수정 2023.01.04 09:47

현대차 기아 기술본산 남영연구소에서
처음으로 신년회 개최...600여명 참석
MZ세대와의 소통 등 조직문화 혁신 강조
소프트웨어 중심 기술 확보전
품질 경영...고객의 신뢰 최우선 가치로
전동화 등 모빌리티 기업으로 최고의 인재 확보
현대자동차그룹은 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를 개최했다. 신년회 자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를 개최했다. 신년회 자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세계에서 자동차를 제조하고 있지만 그 어떤 전자회사, ICT 회사보다도 더 치밀하게 종합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꿈을 갖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3일 현대차·기아의 '기술의 본산'으로 일컬어지는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개최한 신년회에, 회색 니트에 운동화 차림으로 대본없이 무대에 올랐다. "1월 1일에 떡국을 3번 먹어서 저녁에는 장모님이 김치찌개 끓여 주시더라고요"라며 가벼운 분위기로 신년사를 시작한 정 회장은 이내 "우리가 극복해야 할 환경이 너무 어렵다. 예측불허다"며 경영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 놓였음을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경기 화성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에서 새해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경기 화성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에서 새해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신년회, 기업문화 변화 필요성 강조
약 20분간의 신년사 발표에서 정 회장은 자동차 회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대전환 중인 현대차그룹에 필요한 기업 문화 중 하나로 '전자기업의 치밀함'을 언급해 이목을 끌었다.
정의선 회장은 "연구개발을 비롯한 회사 전반 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비로소 완벽한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차량에 200~300개의 반도체칩이 들어간다면 앞으로 레벨4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의 반도체칩이 들어간다. 과감하고 도전인 것 등 우리가 가진 기업 문화가 있지만 전자 회사보다 더 치밀해지고 꼼꼼해져야 하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그래야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위해, 기업 특유의 문화까지도 탈바꿈 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시대 변화에 맞춘 조직의 상하 소통 문화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동차 제조 기업 특유의 상명하복의 문화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불필요한 허례허식은 정리하고, 상하 소통 강화를 통해 군더더기 없는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미래 고객, 특히 젊은 세대로 불리는 MZ세대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도 나이가 50이 넘었지만 MZ세대 같은 때가 있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엔 쉽게 얘기하지 못하고 경청만 하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변화무쌍한 조직문화가 있도록 '지속적'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것 등이다.

신년사에 이어진 타운홀 형식의 미팅에서, 한 직원이 "능동적이고 능률적인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개선 내용이 무엇이냐"고 묻자,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보고했던 방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옛날 명예회장께 보고할 때 생각과 결론을 먼저 얘기하고 이유를 설명했다"며 "(일반적으로) 보고하는 것을 보면 쭉 보고가 되는데 결론이 없고 자신의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과거 감사 쪽에 우리 회사 보고 문화를 조사해달라 했더니 보고서가 굉장히 긴데 결론이 없었다"면서 "그래서 보고 문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적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신년회 후 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신년회 후 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고객의 신뢰 최우선...답은 '품질'
올해의 그룹 캐치프레이즈를 '도전을 통한 신뢰', '변화를 통한 도약'이라고 밝힌 그는 "위기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뒤쫓기보다 한 발 앞서 미래를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조직문화 변화와 더불어 품질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정 회장은 "미국에서 최근 엘란트라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우리 고객이 고맙게도 생명을 지켜, 현대차의 안전을 입증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고객의 신뢰를 받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신년회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박정국 연구개발본부 사장, 송창현 TaaS본부 및 차량SW담당 사장 등 경영진과 임직원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대면 신년회는 3년 만이며, 남양연구소에서 신년회가 열리기는 처음이다. 신년회가 끝난 뒤 정 회장은 무대에서 내려와 직원들과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이후 개별적으로 '셀카'를 찍으려는 직원들이 정 회장 주위로 모였고, 정 회장은 셀카 요청을 수락하며 5분간 자리를 뜨지 못했다.
강당에서 나온 정 회장은 남양연구소 사내 식당으로 이동해 직원들과 떡국을 함께 먹으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이날 현대차와 기아는 공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시장 판매 목표를 지난해(684만대)보다 10% 올려잡은 752만대(현대차 432만대·기아 320만대)로 제시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총 684만대를 팔아 도요타,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세계 3위 달성이 유력하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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