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1000억대 사기' 빗썸 실소유주 1심서 무죄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03 15:52

수정 2023.01.03 15:52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 이른바 '빗썸 코인'(BXA)를 상장하겠다고 속여 1000억원대 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빗썸 실소유주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 김모 BK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와 공동경영 등을 제안하면서 BXA를 상장시켜주겠다고 속여 계약금으로 약 112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체적으로는 이 전 의장이 싱가포르에 위치한 한식당과 중국 상하이 한 사무실에서 김 회장에게 "2500만 달러씩만 내면 나머지 투자자 돈으로 빗썸을 인수할 수 있다"고 속인 혐의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의 말을 믿은 김 회장이 BXA를 선판매해 얻은 자금 일부를 빗썸 주식매매대금으로 이 전 의장에게 송금했다고 보고 이 전 의장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전 의장이 BXA 상장을 확약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의장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려면 그가 BXA를 거래소에 상장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음에도 이를 확약한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재판부는 두 사람이 작성한 공동투자합의서와 관련해 "공동투자합의서에 구속력이 없다고 명시된 점, 합의서 작성 당시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단 점을 감안하면 합의서를 상장 확약으로 받아들일 순 없다"고 봤다.

또 김 회장이 이 전 의장을 고소하기 전까지 코인 상장과 관련해 항의한 적이 없었던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김 회장은 이 전 의장의 대금납입이 늦어지자 상장 확약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항의하긴커녕 잔금 지급일을 연장해달라고 하면서 담보를 지급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의 진술 신빙성도 문제 삼았다. 김 회장이 국내 투자자를 상대로 코인을 판매했음에도 이런 사실이 없다고 언급했던 점, 2018년 당시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행사에 대해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달라진 점 등을 근거로 "2500만 달러 관련 발언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김 회장이 주식투자·가상화폐업계 경력이 상당해 관련 지식을 갖추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전 의장의 말만을 신뢰해 BXA 상장 판매대금으로 빗썸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착오에 빠질 정도로 지식·경험이 부족하거나 이 전 의장에 비해 정보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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