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지를 빙자한 '뻥축구' '태권 축구'로 대변되었던 한국이 세계적인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선진축구를 선보이며 결과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발전성을 엿볼 수 있다. 지난 4년의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월드컵 이후 파울루 벤투 감독은 떠났다. 그 후 1개월의 시간이 지났지만 '넥스트(Next) 벤투'의 실체는 아직 묘연하다.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다. 안정환, 최용수 등 국내파 지도자가 물망에 오르며 팬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내파냐, 해외파냐가 아니다. 고려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축구 철학과 시간이다. 새 감독이 한국 축구에 입히고자 하는 철학이 무엇인지, 우리가 원하는 색깔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그 철학을 확인했다면 시간을 줘야 한다. 바로 임기 보장이다. 좋은 비전을 보유한 감독이라면 당장의 성과가 없어도 우직하게 밀어줘야 한다. 오랜 시간 함께한 감독과 선수들의 조직력·연대감이 좋다는 것은 상식이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그간 외면했을 뿐이다.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감독에게도 벤투 감독만큼 시간을 줬다면 성공했을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아시아에 8.5장의 출전권이 배정된다. 한국이 예선 탈락할 확률은 거의 없다. 중요한 것은 본선이다. 이제 목표는 16강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프랑스 같은 강팀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바뀌어야 한다. 라이벌 일본이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에게 4년의 시간을 추가 보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본선에서 성적을 낼 수 있는 축구 철학을 지닌 감독. 여기에 덧입혀지는 시간. 두 가지가 결합될 때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카타르에서 한국 축구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문화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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