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김규성의 인사이트] '태풍의 눈' 日 금리인상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03 18:32

수정 2023.01.03 18:32

[김규성의 인사이트] '태풍의 눈' 日 금리인상
일본의 금리정책 대전환이 임박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임기만료 시점인 4월 8일 이후가 유력하다.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 '돈으로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며 시작했던 '아베노믹스'를 폐기하는 게 핵심이다. BOJ는 최근 마이너스인 기준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았지만 10년 만기 국채의 12개월 수익률 목표치를 0.25%에서 0.50%로 높였다. 시중에 돈을 덜 풀겠다는 의미다. 명확한 금리인상으로 선회하기 앞서 시장 반응을 떠보기 위한 정책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앙은행이 펼치는 금리정책은 정부의 선별적 재정정책과는 다르다. 인상이든 인하이든 금리변경은 경제주체 모두에게 무차별적인 영향을 준다.
금리흐름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이 어렵지 한번 정하면 계속 간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하며 지난 한 해 일곱 번 연이어 금리를 올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대표적이다.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는 재임 시절 "통화정책 변경은 항공모함이 방향을 바꾸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지난해 통화정책을 전환했다. 고물가와 무역적자를 심화시킨 마이너스 금리, 다시 말해 '나쁜 엔저'를 용인하는 데 한계에 봉착한 일본도 여기에 동참하는 것이다. 구로다 총재는 국채 수익률 목표치 변경과 관련, "금리인상은 절대 없다"고 부인했지만 시장은 일본인 특유의 '혼네(속마음)'라고 봤다. BOJ 발표 이후 일본 국채 금리는 상승했고, 엔 가치는 올랐다.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이자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정책전환의 충격파는 현재로선 예측불허다. 거대한 '리셋'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싼 엔 금리로 돈을 빌려 해외에 투자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일본 국채가 안정적인 금리를 보장한다면 해외 자산에 환헤지 비용, 변동성 등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투자할 유인이 적다. 일본은 미국에만 253조엔(약 2456조원)의 자산이 있는 세계 최대 순대외자산보유국이다.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채권에 투자한 자금은 3조달러(약 3813조원)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영향권이다. 국내 유입 일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이다. 글로벌 엔 캐리 트레이드는 현재도 진행 중인 글로벌 자산가격의 추가 하락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최근 해외 투자가 늘어난 우리 경제로선 부담이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 통화가치가 같이 움직이는 추세를 감안했을 때 원화 가치 또한 상승해 수입물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자본시장이 개방되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글로벌 '돈맥경화'가 최대 위험요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만기도래하는 한국계 외화채권은 416억달러로 전년의 339억달러 대비 22%나 늘었다.
오는 4월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쳤을 때 해외에서 돈을 빌린 국내 은행·민간기업의 차환 부담은 더 커질 우려가 높다. 지난해 9월 영국에서 발생한 '길트 탠트럼(영국 국채시장 긴축발작)'과 같은 현상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재연될 여지도 높다.
일본의 금리인상은 태풍의 눈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지면총괄·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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