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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재 확보" 美·中 공격 투자… 韓은 규제에 발목 [2023 신년기획]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03 18:35

수정 2023.01.03 18:35

Recession 시대의 해법
디지털 혁신 시대, 글로벌 인재 쟁탈전 치열
美, 작년 8월 반도체 과학법 제정
현지 설비 투자·세금 지원 확대
미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재배치
中,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로
비자 심사 발급기간 축소 등
해외 인력 유치에도 적극 나서
韓, 반도체 세액공제율 높였지만… 현재로선 美·中보다 미미한 수준
정부 지원안 국회 통과가 관건
"반도체 인재 확보" 美·中 공격 투자… 韓은 규제에 발목 [2023 신년기획]
'반도체 전쟁'(Chip War)에서 승리의 깃발을 꽂기 위한 미·중의 기술경쟁이 연일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배치에 나섰고 중국은 국가주도의 인재유치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낡은 규제와 소극적인 투자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중 반도체 패권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핵심인재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美, 공격적 투자로 종합경쟁력 1위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술인력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바로 미국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12월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단한 외국인 신규 취업비자 발급 중단 조치를 해제하고 전문직 취업비자(H-1B) 발급요건을 완화했다.

그동안 미국 전문직 취업비자 발급 신청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 2019년 29만명에서 2020년 20만1000명으로 줄었다.
그나마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2021년에는 27만5000명까지 회복했다. 미국이 전문직 취업비자 요건을 다시 완화한 것은 2030년까지 엔지니어 30만명, 숙련기술자 9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8월 '반도체 과학법' 제정을 통해 약 366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이끌어냈다.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과 연구에 72조원을 지원하고 25%의 세액공제 혜택도 제공한다. 이 같은 노력에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단연 압도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지난해 산업연구원(KIET)이 2021년 반도체 산업의 종합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미국은 중국, 한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시스템반도체, 메모리반도체 등 모든 분야에서 최상위 경쟁력을 갖췄다.

대중견제 전략도 펼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중국을 배제한 채 한국·일본·대만 정부에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Chip) 4 동맹' 결성을 제안했다. 설계에 자신 있는 미국이 생산력에 강점을 가진 한국과 대만, 소재·장비에 특화된 일본과 연합해 중국을 견제하고자 나선 것이다.

■中, 해외인력 수급해 빠른 성장

미국의 압박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다가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올리기로 했다. 총 1조위안(약 187조원)을 투자해 미국의 공세에 맞서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전통적인 전략인 해외인재 유치도 이어진다. 지난 1994년 이른바 '백인계획'을 통해 100여명의 우수 해외 연구리더 양성을 위해 힘쓴 중국은 이후 1998년 '장강학자 장려계획'을 펼치며 정부지정 중점학과에 우수한 해외학자를 유치했다. 이후 2008년부터는 '천인계획'을 통해 첨단기술 연구자·창업자 등 해외 고급인력 유치경쟁을 이어왔다. 이러한 전략에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당시 1년 동안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세계 20개 반도체 기업 중 19개가 중국 업체였다.

최근에는 취약 분야의 핵심인물을 초빙하기 위해 혈안이다. 차세대 정보통신, 제조업, 첨단 신소재 등에서 핵심기술을 보유한 해외전문가를 유치하는 전략이다. 지난 2019년 '고급외국인 전문가 유치계획'을 통해 전략 핵심 분야에 대해 글로벌 인재·청년과학자 등 외국인 인력 유치에 국가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 세계 일류대학 교수, 학위취득자 등을 대상으로 비자의 심사와 발급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최장 10년 유효기간을 부여하는 '해외 인재비자제도'도 함께 실시 중이다.

■韓, 더딘 규제개선에 세액공제율 확대로 돌파구 마련

미국과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를 퍼붓는 것과 달리 한국의 발걸음은 느리다. 특히 중국이 해외 인력 수급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펼치는 것과 비교된다. 2021년 R&D 유럽경영대학원(INSEAD)의 '2021년 세계인적자원경쟁력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위에 머물렀다. 고등교육의 외국인 유입률(2.8%)은 33위로 최하위권이다.

OECD 대부분의 국가가 운용하지 않는 '기업규모별 차등 R&D 지원제도' 운영도 이 같은 흐름에 한몫하고 있다.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기술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인력 수급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제도권 정비법 완화 등 과학기술인력 양성에 필요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정부의 과학기술인력, R&D, 시설투자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부가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국내 반도체 투자 확대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대기업·중견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세액공제율을 기존 8%에서 15%로, 중소기업의 세액공제율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한시적으로 직전 3년 평균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한 추가 세액공제율을 10%로 높이기로 했다.
만약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기업·중견기업은 올해 투자분에 대해 내년에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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