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은 나라살림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게 관리하는 규범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준수돼야만 하는 일종의 '안전벨트'인 셈이다. 하지만 재정준칙은 늘 인기가 없다. 살림살이를 구속하는 게 반가울 리 없다. 재정준칙 없이 펑펑 재정을 지출하는 사이 나랏빚은 지난해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지출이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지만, 정치권이 코로나를 핑계로 선심성 돈 풀기를 남발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재정준칙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미래 세대에게 남겨질 재정부담도 심각하다. 저출산·고령화로 한국의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 비율)는 올해 24.6명에서 2070년 100.6명으로 4.1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는 늘어나는데 생산연령인구는 점점 줄어들면서 세금, 연금 등 각종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확정하고 법제화하려 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3% 이내로 관리하고, 국가채무가 GDP 대비 60%를 넘어서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축소하는 내용이다. 정기국회 내 입법을 완료해 2024년 예산안부터 곧바로 적용하는 게 목표였지만 결국 무산됐다. 안전벨트는 불편하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생사를 가를 만큼 결과를 바꾼다.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할 때다. 정부는 올 초 임시국회에서 야당과 국회에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한국의 재정준칙 법제화를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국제경제부 차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