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한축구협회가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태에 연루된 일부 선수들을 영구제명한 것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무효라고 법원이 재차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5부(윤강열·양시훈·정현경 부장판사)는 최근 전직 프로 축구선수 A씨 등 3명이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제명처분 무효소송 확인 소송을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에 대한 대대적 수사에 나섰고, 혐의가 드러난 일부 선수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1년 8월 검찰 수사 결과를 근거로 선수 40명과 선수 출신 브로커 7명의 선수 자격을 영구 박탈하면서 "자격상실 범위를 축구계 전체로 확대 적용해달라"고 대한축구협회에 요청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같은 해 10월 47명이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 심판 등 협회가 관할하는 어떤 직무도 맡지 못하도록 영구제명했다. A씨 등 3명은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선배와 조직폭력배 등으로부터 승부조작 제의를 받고 300만~2000만원의 돈을 챙긴 혐의가 적발돼 영구제명됐고,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등은 형사재판에서 운동선수로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만 유죄가 인정됐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는 무죄 판단이 나와 각각 벌금형 또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프로축구연맹은 이 같은 판결을 근거로 A씨 등에 대한 징계를 자격정지 2년으로 감경하는 한편 협회에도 징계 감경을 요청했으나 협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등은 "징계위원회 개최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고, 출석 및 의견진술의 기회도 없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또 "선배와의 친분관계와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돈을 받기는 했지만, 승부 조작행위까지 이뤄지지 않았고, 법원도 이를 무죄로 판단했다"고도 주장했다.
1심은 "협회가 징계위원회를 개최하면서 출석통지서를 보내지 않았고, 해명 기회도 주지 않아 A씨 등이 상벌 규정에서 정한 소명 기회를 전혀 부여받지 못했다"며 전직 프로축구 선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2심도 협회의 징계처분이 절차상 하자로 무효라고 봤다.
재판부는 협회가 징계처분을 내리면서 상벌 규정에서 정한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A씨 등에게 징계위원회의 개최 사실도 통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출석 및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고, 징계심 결과를 통보하지 않아 A씨 등에게 징계처분의 존재 여부조차 알리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징계처분을 받고도 약 10년간 이의신청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제 와 징계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협회 측 주장에 대해서는 "징계처분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음에도 실효의 원칙을 들어 A씨 등의 권리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전체 법질서에 반할 우려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협회 측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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