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조두순·김근식 등 아동 성범죄자들의 잇따른 사회 복귀로 범죄 재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아동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하는 '제시카법'이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매번 법리적 한계 등으로 입법이 무산된 만큼 이번에는 국회의 문턱을 넘어 시행 단계에 닿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최근 신년사에서 미국의 '제시카법'을 짚어 "우리나라 환경과 현실에 맞게 도입하는 방안, 획기적인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며 추진 의사를 밝혔다.
현재 미국 30개 이상 주에서 시행 중인 제시카법은 2005년 2월 성범죄자 존 쿠이에게 강간·살해된 9세 제시카 런스퍼드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12세 미만 아동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최저 징역 25년을 적용하고 평생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며 학교, 공원 등 아동이 많은 곳으로부터 200피트(약 610m) 이내 거주가 불가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김근식, 박병화 등 아동 성범죄자들이 사회로 복귀한다는 소식에 그들의 거주지를 두고 논란이 컸다. 지난 2020년 12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 후 기존 거주지인 경기도 안산에 돌아온 것도 막지 못했고, 결국 피해자 가족 이사로 마무리되면서 사회의 공분이 일기도 했다. 한 장관도 제시카법 도입을 거론하며 "전과가 있는 아동 성범죄자가 40대에 출소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아동 성범죄자들이 피해자의 주거지와 같은 시·군·구에 거주할 수 없도록 하거나 접근금지 거리를 100m에서 1~2㎞로 대폭 늘리는 법안들을 내놓았지만, 헌법상 기본권인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매번 무산됐다.
영토가 넓고 인구 밀집도가 낮은 미국과 달리 한국은 지정학적 한계로 주거지 제한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지난해 제시카법을 비롯한 해외 사례 연구를 용역 발주했다. 우리나라 실정과 헌법 가치와의 충돌 여부, 국민적 공감대, 예산 등이 골자로 현재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미국 법안을 무작정 따라하기보다 한국 맞춤형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국내 제도를 강화하는 등 국내 상황에 맞는 법안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성폭력 범죄자 거주 제한 규정이나 출소 후 조두순에게 적용했던 1대1 보호관찰 전담제를 강화하고 재범 가능성이 낮은 범죄자의 경우 사회로 교화시킬 수 있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제시카법 도입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한국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사회와 어울려서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전자장치부착법 등에 있는 조문을 활용해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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