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수십대의 휴대전화를 들고다니며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을 도운 20대 남성이 시민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6일 경기 고양경찰서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A(2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지난 4일 오전 파주시 경의중앙선 야당역에서 “가방 안에 휴대전화 수십대 갖고 있는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체포 당시 A씨의 가방에는 휴대전화 30여대가 들어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국내 유심칩을 이용해 해외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도 발견됐다.
A씨는 지난해 9월 코인 투자 정보 광고를 통해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서 일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중계기가 든 가방을 들고 수도권 일대에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기만 하면 일당 20만∼3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보이스피싱 조직과 주고받는 채팅은 바로바로 삭제된다”고 말했다.
번호 변작 중계기를 사용하면 해외 발신 번호나 070등 인터넷 전화번호 등을 휴대 전화번호나 일반 전화번호로 바꿀 수 있다. 사람들이 해외 발신 번호나 070 전화번호로 걸려 온 전화는 잘 받지 않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범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010’ 등으로 번호를 바꿔 전화를 거는 것이다.
최근 추적을 피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중계기를 차량에 싣고 이동하는 등 수법이 진화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중계기를 특정 건물 내에 설치하는 방식을 활용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이제는 사람이 직접 중계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등 범죄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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