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경기 중 응원석에서 인종차별적 구호가 터져 나와 선수가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과 AP통신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간) 레체의 수비수 사무엘 움티티가 라치오와의 경기에서 원정 응원에 나선 라치오 팬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탈리아 풀리아주 레체의 비아 델 마레 경기장에서 US레체와 SS라치오의 경기가 펼쳐졌다. 라치오 팬들은 레체 소속의 사무엘 움티티와 잠비아계 공격수인 라멕 반다를 겨냥해 인종차별 구호를 외쳤다.
라치오 팬들의 인종차별 구호가 계속 이어져 주심은 후반전 도중 잠시 경기를 중단하기도 했다. 경기장 스피커에서는 "인종차별 구호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안내방송도 나왔다. 움티티는 경기 종료 뒤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움티티는 카메룬계 프랑스인으로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국 프랑스의 우승을 이끈 선수다. 바르셀로나에서 레체로 한 시즌 임대된 움티티는 경기 전면 취소까지 고민한 주심에게 경기 재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 팬들은 그라운드를 떠나는 움티티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는 등 뜨거운 격려를 했고, 원정 팬들의 인종차별 구호는 레체 홈 팬들에게 묻혔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레체는 이날 경기에서 라치오를 2대 1로 꺾고 승리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인종차별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내비쳤다. 그는 "'인종차별 반대'(No to racism)라고 크고 분명하게 외치자"며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입을 다물게 하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치오 측은 "비열하고 수치스럽고 시대착오적인 행동의 가해자들을 비판한다"며 "구단은 책임자를 밝히는 데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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