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하면 폭력적 내전을 맞고 붕괴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알렉산더 모틸 미국 러트거스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8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안보 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FP)에 기고한 ‘지금이 러시아의 붕괴에 대비할 적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키이우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에 괴뢰 정부를 세우고자 했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러시아의 패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정치인, 분석가, 언론인들 간에 러시아의 패배가 불러올 결과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폴레옹이 이끌던 프랑스 제국이 러시아 침공에 실패한 이후 무너진 사례와 1차대전 이후 오스만 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독일 제국, 러시아 제국이 무너진 사례를 들며 오늘날의 러시아 역시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붕괴를 면치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틸 교수는 그러면서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내놓은 후 △전쟁을 계속 원하고 현존하는 정치 계층을 없애고 싶어하는 극우 민족주의자와 △존재하는 시스템을 유지시키고자 하는 권위주의적 보수주의자, △전쟁을 끝내고 러시아를 개혁하고자 하는 반(半) 민주운동 그룹 사이에 벌어지는 지독한 권력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틸 교수는 이어 “누가 이길지 모르지만, 이러한 권력 투쟁이 러시아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예측할 수 있다”라며 “약해진 정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제는 러시아 국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할 것이고, 일부 시위대는 무장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 연방을 구성하는 비(非)러시아 정치 단위도 더 큰 자치권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타타르스탄, 바시코르토스탄, 체첸, 다게스탄, 사하 등이 주요 후보”라고 지목했다.
모틸 교수는 “러시아의 이런 내부 혼란에서도 러시아가 살아남는다면 러시아는 중국에 종속된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러시아가 생존하지 못한다면 유라시아의 지도는 매우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늘날 러시아의 해체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정치, 경제, 사회적 불안이 증가하며 결국 러시아를 구성하는 단위가 독립을 통해 안정을 추구하도록 강요하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오늘날의 상황 속에서 러시아 체제 붕괴는 방아쇠가 당겨지기만 하면 촉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우크라이나에서의 패전이 낡은 나무에 불을 붙이는 불꽃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의) 붕괴는 여러 차례의 내전을 불러올 수 있다”는 마를렌 라뤼엘 미국 조지워싱턴대 역사학자의 발언과 함께 “러시아가 해체되거나 전략적 정책 능력이 파괴될 경우 11개 시간대를 아우르는 러시아 영토가 진공 상태가 되어 여러 집단이 서로 폭력적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다”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발언도 인용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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