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시아에 복수를" 우크라 전쟁에 뛰어든 주변국 자원자들

연합뉴스

입력 2023.01.09 16:30

수정 2023.01.09 16:30

체첸·조지아·벨라루스 등…러 점령지역 소수민족들도 자원
"러시아에 복수를" 우크라 전쟁에 뛰어든 주변국 자원자들
체첸·조지아·벨라루스 등…러 점령지역 소수민족들도 자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체첸인, 조지아인 등 러시아를 피해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 우크라이나군에 합류해 러시아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 수뇌부는 참전할 병사들이 부족하지 않다고 밝혀 왔지만, 외국인을 포함한 수천 명의 자원 입대자들은 환영하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러시아에서 탈출한 체첸인이거나 조지아 등 러시아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반목한 역사가 있는 인접국가 출신이다.

NYT는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교외에서 체첸 반정부 무장세력 출신 자원병들이 크림반도의 소수민족인 타타르인,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 훈련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정치적 탄압을 피해서, 또는 일자리를 찾아 우크라이나에 이주해 살고 있다가 전쟁이 터지자 자원했다.

"러시아에 복수를" 우크라 전쟁에 뛰어든 주변국 자원자들 epa10190314 Volunteers of the Dzhokhar Dudayev Battalion practice shooting during the training in the Kyiv region, Ukraine, 17 September 2022. The battalion is made up mostly of Chechen volunteers who had fought in the two Chechen wars and has joined defending Ukraine
"러시아에 복수를" 우크라 전쟁에 뛰어든 주변국 자원자들 epa10190314 Volunteers of the Dzhokhar Dudayev Battalion practice shooting during the training in the Kyiv region, Ukraine, 17 September 2022. The battalion is made up mostly of Chechen volunteers who had fought in the two Chechen wars and has joined defending Ukraine's side against the Russian invasion. Most of the members from Dzhokhar Dudayev Battalion were taking part in the liberation of the town of Izyum, during the recent rapid counter-offensive by Ukraine's armed forces in the Kharkiv region. EPA/ROMAN PILIPEY

이들 중 체첸 무장세력은 1990년대 러시아로부터 체첸 독립을 시도한 구 소련 장성의 이름을 따른 '조하르 두다예프 대대'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에 의용군으로 참전했다.

이들은 2014년 우크라니아 동부에서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소요를 일으키고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부터 우크라이나군에 합류해 러시아를 상대로 싸웠다.

이 단체의 부사령관인 무슬림 마디예프는 두다예프의 부관으로 체첸 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있으며 2016년 우크라이나에 정착했다.


그는 "우리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목격했다"라며 "우크라이나에 남자들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우리도 참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다예프는 러시아를 우크라이나에서 막지 못하면 더 많은 유럽 국가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쓰는 것과 비슷한 화법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젊은 대원들의 생각은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간다.

한 대원은 "우리의 목표는 이치케리야 체첸 공화국(체첸 독립세력이 독립 국가로서 체첸을 부르는 명칭)의 해방"이라며 "자유를 원하는 모든 나라가 이를 얻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 출신 의용군도 수천명에 달하며 캅카스와 중앙아시아 지역 출신이나 타타르인처럼 러시아 내 소수민족 출신 자원병들도 있다.

"러시아에 복수를" 우크라 전쟁에 뛰어든 주변국 자원자들 BELARUS, MINSK - DECEMBER 19, 2022: Russia's President Vladimir Putin (L) and his Belarusian counterpart Alexander Lukashenko hold a meeting at the Independence Palace. Pavel Bednyakov/POOL/TASS
"러시아에 복수를" 우크라 전쟁에 뛰어든 주변국 자원자들 BELARUS, MINSK - DECEMBER 19, 2022: Russia's President Vladimir Putin (L) and his Belarusian counterpart Alexander Lukashenko hold a meeting at the Independence Palace. Pavel Bednyakov/POOL/TASS

이들 대다수의 참전 동기는 러시아 정권으로부터 받은 탄압이다. 타타르인들은 1940년대 스탈린 치하에서 강제 이주 등으로 대량 사상자가 발생한 민족 중 하나다.

벨라루스 자원병들 중에는 푸틴 대통령의 최대 우군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 반대하는 이가 많다.

이들의 참전이 우크라이나로서는 당장 유용하기는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장기적으로 고향에 돌아가 러시아 또는 벨라루스 정부를 전복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기에 잠재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문제라고 NYT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자들은 자원병들과 관련한 문제에는 논평을 거절했다.

다만, 지난달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유럽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인과 함께 싸우는 외국 군인들에게 이념·정치적 이득이 있으며, 현대전 참전의 가치 있는 경험을 하기에 '윈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소련 지역 출신의 자원병들은 여러모로 우크라이나에 유용한 것이 사실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이들은 대부분 러시아어를 말할 수 있고 상당수가 우크라이나어도 할 줄 알기에 우크라이나군과 업무 조정이 쉽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으로 아프가니스탄 복무 경험이 있는 조지아인들처럼 실전 경험이 있기도 하다.

러시아와 러시아인들에 대한 이해도뿐 아니라 푸틴 정권을 향한 증오심이 높은 것도 우크라이나로서는 이점이다.

"러시아에 복수를" 우크라 전쟁에 뛰어든 주변국 자원자들 epa10141429 Volunteers in the Dzhokhar Dudayev Battalion pose with a flag of the so-called Chechen Republic of Ichkeria with Coat of Arms, during an exercise at an undisclosed location in the Kyiv area, Ukraine, 28 August 2022. The battalion is made up mostly of Chech
"러시아에 복수를" 우크라 전쟁에 뛰어든 주변국 자원자들 epa10141429 Volunteers in the Dzhokhar Dudayev Battalion pose with a flag of the so-called Chechen Republic of Ichkeria with Coat of Arms, during an exercise at an undisclosed location in the Kyiv area, Ukraine, 28 August 2022. The battalion is made up mostly of Chechen volunteers who had fought in the two Chechen wars, and has joined defending Ukraine's side against the Russian invasion. On 24 February Russian troops had invaded Ukrainian territory, starting a conflict that has provoked destruction and a humanitarian crisis. EPA/OLEG PETRASYUK

반면, 이들이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힌다면 가혹하게 다뤄질 위험은 더욱 높다.

최근 결성된 한 의용부대 중 하나는 캅카스와 중앙아시아, 러시아 지역 출신의 튀르크계 자원자들으로 구성됐다.

키르기스스탄 난민 출신으로 이 부대를 이끄는 알마즈 쿠다베크는 러시아가 튀르크계 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부당하게 징집에 나섰다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부대가 러시아 점령 지역에 잠입할 수 있는 만큼 '불의'를 '이점'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저 러시아와 싸우고 싶을 뿐"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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