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지하철·버스 무임승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다.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임명하던 시기여서 노인 무임승차제도는 곧바로 도입됐고 지난 40여년간 유지됐다. 하지만 초고령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복지혜택을 받는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무임승차 기준인 65세 이상 인구가 지난 2021년 전체 인구의 16.8%에 달하면서 도시철도의 동반부실도 급격히 심화됐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그동안 노인 무임승차 중단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선출직인 서울시장으로선 노인층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오래된 미덕인 경로사상을 단번에 내동댕이치기도 어려웠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각 지자체는 노인 무상승차를 거부할 법적 권한이 있지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노인복지법을 뜯어보면 65세 이상 노인의 무상승차는 지자체 자체 판단에 맡기고 있다. 노인 무임승차를 그만둘지, 유지할지는 각 지자체장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이와 달리 장애인·국가유공자의 무임승차는 무조건 지키도록 법으로 보장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노인 무임승차제 전면 중단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장들이 당장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
노인 무임승차를 완전히 중단할 수 없다면 절충안은 없을까. 한국처럼 노인에게 승차요금을 전액 면제해주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 또한 혜택을 받는 연령대도 전 세계적으로 70세 이상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노인에 대한 공공요금 할인율을 축소하거나 연령대를 높이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는 이마저 스스로 할 수 없다. 시행령에서 일단 노인 무임승차를 도입했다면 65세 이상 노인에게 100% 할인을 하도록 못 박아놨기 때문이다.
시행령을 고치려면 해당 부처에서 법안을 상정하고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결국 40년 전 노인 무임승차를 도입했던 대통령에게 결정권이 있는 셈이다. 정권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노인 무임승차를 도입한 대통령이 결자해지를 할 수밖에 없는 구도인 셈이다. 그래야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노인 무임승차를 두고 서로 공을 떠넘기는 일이 중단된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성대하게 환갑잔치를 여는 일도 거의 사라진 지 오래됐다. 시대 변화에 맞는 노인 무임승차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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