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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5년 은둔생활 극복한 스타트업 대표 "이제는 사람들 도와요"

뉴스1

입력 2023.01.11 11:14

수정 2023.01.11 11:14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청년재단 제공)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청년재단 제공)


[인터뷰]5년 은둔생활 극복한 스타트업 대표 "이제는 사람들 도와요"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청년 고립 인식 개선에는 두가지 트랙이 있는데, 한쪽 트랙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당사자 스스로가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 부분의 인식 개선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20대 절반, 5년을 은둔생활을 경험하고 현재는 은둔 상태의 사람들을 돕고 있는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11일 뉴스1에 이같이 말했다.

◇은둔청년을 사회로…청년재단 경험 바탕으로 '안무서운회사' 창업

안무서운회사는 은둔 당사자들을 위해 △쉐어하우스 운영 △은둔고수 프로그램 △콘텐츠 제작 등을 하는 스타트업이다. 유 대표를 포함해 은둔 생활을 했던 4명이 창업했다.

유 대표의 20대는 자신의 고민조차 누구에게 말하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가부장적인 가족 문화, 그에 따른 소통 부재, 진로문제 등 복합적인 이유에서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부질없다고 느껴지고, 이런 상황이 고착화되자 '고민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어른이 됐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3년간 심리상담도 받아보고, 새벽 혼자 외출하는 연습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상담을 받고 집에 돌아가도 결국 혼자 또 이겨내야 했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마음속 깊은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청년체인지업프로젝트'를 접했고, 그의 인생도 바뀌기 시작했다. 청년재단이 지난 2018년부터 운영하는 이 프로젝트는 고립 청년의 자립을 돕는 것이 주 내용이다. 유 대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또 다른 은둔 청년과 공동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점차 혼자가 아닌 '함께'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유 대표는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치유의 효과가 있었다"며 "오랜 은둔으로 무너져있던 생활 습관 등을 다시 회복하며 루틴을 찾았다. 상담을 오랜 시간 받았지만 접촉면이 작은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프로젝트처럼 넓은 접촉면의 프로그램이 필요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끝날 즈음엔, 또 다른 은둔 청년들을 돕기 위한 지원단체로부터 재직 권유도 받았다.

지금은 폐업했으나 'K2인터내셔널코리아'로부터 공동생활을 지원받은 것도 컸다. 유 대표에겐 가족과도 같은 보금자리였으나, 폐업한다는 소식에 절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K2인터내셔널코리아에서 3년을 함께한 동료들과 은둔 청년들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안무서운회사'를 창업해보자는 제안을 했고, 현재는 대표로 재직 중이다.

유 대표는 이 시절에 대해 "저도 은둔 경험하며 사회 경험도 없고, 함께 일하는 당사자들이 대부분 사회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일을 추진하고 마무리하는 모든 영역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어요"라고 말했다.

이때 유 대표는 청년재단과 다시 한번 인연을 이어 나가게 된다. 청년재단에서 'ESG 오픈콜라보 클래스 용역 사업'을 제안해준 것이다. 안무서운회사는 이때 은둔형 외톨이 스펙트럼에 있는 당사자의 정서지원을 하는 파트의 용역을 담당하게 됐다. 첫 사업이자, 첫 용역 수주였다.

유 대표는 최근 사회 큰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 고립'을 개선하기 위해선, 이들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당사자 스스로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12일 청년고립해소 정책토론회 참여…"은둔청년 관심 계기되길"

유 대표는 "방문상담을 가거나, 내방한 경우 '나는 그 정도는 아닌데요'라고 말하는 등 스스로를 더 고립시키곤 한다"며 "낙인 효과에 대한 두려움, 그것에서 오는 하나의 고집적 성향이라고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서 있는 곳에서 우리가 손을 흔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이들에게 지원해야 할 세부 사항은 다르겠지만, 우리는 '고립감을 느끼는 상태'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은둔 청년들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유 대표는 "자립준비청년, 고립청년, 은둔청년 등 수많은 이름을 계속 붙여갈수록 과연 이 문제가 해결되고 있느냐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며 "우리가 정의하기 힘든 상황들을 애써 정의하면 '나는 그곳에 소속되지 않나 보다'라고 여기며 고립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 대표는 오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청년재단 공동 주최로 열리는 '청년의고립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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