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간 공백 기간, 두려웠지만 많은 깨달음"
지난해 12월 개막한 국내 초연 뮤지컬 '이프덴'은 과거 예능 프로그램이던 '이휘재의 인생극장'을 떠올리게 한다. 이프덴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는 이혼 후 10년 만에 뉴욕에 돌아오고 커리어와 성공을 중시하는 '베스', 가족을 더 생각하는 '리즈'라는 서로 다른 삶을 선택해 두 가지 모습으로 살아간다.
'리즈'와 '베스' 중 누구의 삶에 더 애착이 가느냐는 질문에 정선아는 "실제 내 삶에도 리즈와 베스 모두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이 뮤지컬 배우 데뷔 20년이 되는 해다. 중학교 2학년때 뮤지컬에 빠져서 19살에 데뷔했다. 뮤지컬을 너무 사랑하고 열정을 갖고 있는 모습은 커리어 우먼인 베스 그 자체다. 하지만 그 후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고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은 리즈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정선아는 1년 6개월간 공백을 거치면서 박수와 칭찬만 받고 무대 위의 주인공이었던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임신과 출산 후에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임신 때 찐 살이 빠지지 않고, 관객들이 나를 더 사랑해 주지 않으면', '화려했던 디바 정선아도 이제 예전 같지 않네' 등등 수많은 걱정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걱정들은 그동안의 화려한 성공, 주인공이었던 자신의 삶에 함께 해준 동료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도 됐다.
"노래보다 연기에 집중…공연 끝나고 눈물 펑펑"
정선아는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인 거 같다. 공연 중에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도 있고 뜨뜻 미지근한 작품도 있었다. 19살 당시 '렌트'라는 첫 작품의 오디션을 볼때 '마약, 폭력, 뒷골목, 뉴욕, 스트립 댄스' 등 고등학생이 알기 어려운 작품의 모든 대사를 줄줄이 외우고 있었다. 기회가 왔을 때, 운이 왔을 때 운을 잡고 운명에 올라타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운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운이 없을 때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회고했다.
이프덴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 과거 작품들이 폭발적인 가창력, 대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작품 위주였다면 이번 작품은 노래 자체보다는 연기, 관객들과 조금 더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작품 스케일은 줄고, 노래 기교를 보여줄 부분도 적지만 그는 어느 작품보다 가장 많은 연습을 했다.
정선아는 "연습할 때 어느 날은 목이 좋지 않아서 노래가 좀 별로였어요. 노래가 잘 나오지 않으니 연기에 더 집중했는데 오히려 스텝과 배우들은 그날의 연기에 더 감동 받고 좋다고 했어요. 노래라는 무기가 사라지니까 오히려 더 진실된 교감이 되고 감정에 충실했던 거죠. 공연을 하면서도 관객들은 노래의 기교보다 그 안에 있는 메시지를, 진심을 보러 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첫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의 박수를 받으며 눈물을 보였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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