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아버지가 피 흘려 지킨 나라에서 살 기회를 주세요”
우크라이나 여성 나탈리아 안토넨코는 최근 전장에서 남편을 잃었다. 비록 남편과 함께 가정을 이뤄 살겠다는 꿈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안토넨코는 그럼에도 세상을 떠난 남편의 자식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고백했다. 남편이 전사하기 전 고향에 돌아와 남긴 ‘냉동 정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우크라이나 여성들에게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피 흘려 지킨 나라에서 살 기회를 주자”며 다른 여성들 역시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의 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안토넨코의 사례처럼 우크라이나의 기혼 남성들이 자신의 정자를 냉동 보관한 뒤 전쟁터로 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2월 전쟁이 발발하고 문을 닫았던 우크라이나 난임 클리닉은 지난 4월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우크라이나는 대리모 산업이 활발한 국가였다. 다른 국가보다 비용도 저렴하고 법적 규제가 적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거 우크라이나 난임 클리닉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외국인 부부였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인만 난임 클리닉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 중 40%가 군인 가족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 속 우크라이나 최대 난임 클리닉인 모자건강원은 전장에서 싸우는 군인들의 냉동 정자 보관을 장려하기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인공수정 시술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클리닉은 도움이 절실한 부부에게는 관련 시술을 무료로 시행해주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크라이나 법에 따르면 정자나 난자를 동결시킨 사람이 사망한 뒤 배우자가 이를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선 남편이나 아내의 사후에도 냉동 정자나 난자를 배우자가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언급한 위임장을 받아둬야 한다.
한편 앞서 러시아 역시 전장에 나가는 군인에게 무료로 정자 은행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지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러시아 당국이 전쟁에 동원된 러시아군 정자를 무료 보존하는데 재정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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