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측은 휴게시간을 보장하라는 노조의 요구가 너무 강해 불가피했다고 하지만 해명치곤 궁색하다. 엄연히 고객을 상대로 한 업종이면서도 이를 전혀 감안치 않은 것은 전형적인 갑질 영업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하루 일과가 빠듯한 직장인들은 은행 일을 보기 위해 점심시간을 짜내 대기표를 받아들고 순번을 기다린다. 짠하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이를 해소해 줄 방도를 찾기는커녕 직원 복지를 위해 아예 문을 걸어 잠그겠다니, 누가 그럴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이겠는가.
은행의 기막힌 영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팬데믹 광풍으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적용되면서 전국적으로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였던 근무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으로 짧아졌다. 2021년 10월부터 그랬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난해 4월 이후 엔데믹과 맞물린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일상을 회복했다.
은행의 영업시간 환원은 꿈쩍 않고 있다. 오죽하면 소비자단체가 은행 영업시간 원상복구를 촉구하는 성명서까지 냈겠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통해 "금리 상승으로 역대급 수익을 기록하고도 업무편의와 은행 이익을 위해 소비자 권익을 외면하는 처사를 당장 중단하라"는 주장도 했다. 초긴축 시대 고금리 덕에 거둔 이자수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은행의 최근 작태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한 해 탁월한 경영으로 이익을 낸 기업의 성과급 지급이라면 토를 달 것도 없다. 하지만 은행의 성과급은 갑자기 눈덩이 이자를 내게 된 고객들의 피눈물에 기반한 것이다. 소비자 권익을 좀 더 챙겨야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국내 은행은 세계 최하위권에 머무는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발상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