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지원에도 오래된 온풍기는 못 바꿔
밤 시간만 난방한 뒤 낮 동안 버티기도
난방비 급등에 생계 부담도 늘어나
밤 시간만 난방한 뒤 낮 동안 버티기도
난방비 급등에 생계 부담도 늘어나
■"지원금으론 난방 기기 못 바꿔"
16일 보건복지부의 '겨울철 취약계층 난방비 특별지원대책' 시행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지역아동센터 등 일부 사회복지시설에 난방비 52억9000만원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8526개 시설에 대해 1~2월 난방비를 시설 규모에 따라 월 30만~100만원 차등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현장에서는 주택용 열요금(난방·온수 사용량을 계량기로 검침해 부과하는 금액)이 지난해 급등한 탓에 정부 지원으로 우선 급한 불은 껐다는 반응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주택용 열요금은 지난해 3월 말 1메가칼로리(Mcal)당 65.23원에서 4월 66.89원, 7월 74.49원, 10월 89.88원으로 3차례 오르며 총 37.8% 인상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금만으론 노후 난방기기 교체 등 근본적 개선은 어렵다고 지적한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가 전기 판넬이나 온풍기 등을 쓰고 있는데, 노후한 시설은 교체가 필요한 곳이 많다"며 "이번 정부 지원은 난방비 요금 납부에만 한정돼 있어 (노후 난방기기 교체는) 민간 지원이나 모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겨울철 난방이 부담되기는 가정 밖 청소년을 돌보는 청소년 쉼터도 마찬가지다.
인천에서 청소년 쉼터를 운영하는 A소장은 전기 난방 때문에 고민이 크다. 정부가 복지시설의 전기 난방비를 30%가량 할인해주고는 있지만, 최근 전기 요금이 크게 오른 데다 지자체의 쉼터 운영비로는 온풍기 등 비품 구매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A소장은 "(전기 요금이 저렴한) 심야 시간에만 난방을 켠 뒤, 낮에는 밤 동안 데워진 열로 생활하고 있다"며 "낡은 온풍기를 바꾸려면 민간 후원금이나 후원품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외풍 센 낡은 집에서 난방비 부담
취약한 주거 환경에 거주하는 2030 청년들 역시 겨울철 난방 부담에 추위를 더 혹독하게 느끼고 있다.
서울의 한 재개발 지역 일대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소연씨(31)는 예년 8만~9만원 수준이었던 겨울 난방비가 지난해 11월 11만원으로 오르면서 난방비 부담이 커졌다고 한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보일러 밸브는 비스듬히 잠그기 △외출 시에는 완전히 끄지 말고 외출모드로 해둘 것 등 온라인 상에서 유행하는 난방비 절약 '꿀팁'을 실천했지만 지난해 12월 한 달 가스비는 22만원이 나왔다. 10년 넘게 자취하는 동안 처음 겪어보는 금액이었다.
김씨는 "(가스비가) 22만원이나 나왔는데도 우리 집 공기는 늘 차가웠다"며 "월급은 쥐꼬리인데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들은 점점 오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청년들은 난방비 급등이 생계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호소한다. 서울 신촌에 거주하는 대학생 봉모씨(23)는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외풍이 세고 보일러가 낡은 자취방을 구하다 보니 난방비도 더 많이 나온다"며 "집이 오래돼 외풍이 심한 집에 사는 친구는 평소보다 겨울 난방비가 7만원은 더 나와 그만큼의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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