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강남의 한 육회집 여성 사장이 보증금 150%, 월세 40% 인상하겠다는 건물주에 알몸 흉기 시위를 벌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육회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12월 말, 엄동설한 날씨에도 가게 앞에 나체로 나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A씨는 한 손에 흉기를 들고 있었고, 복부는 상처 난 듯 빨간 액체가 묻어 있었다. 주변에는 휠체어에 탄 장애인 3명이 함께 앉아 있었다.
가게 간판 아래에는 '코로나 시기에 보증금 150%, 월세 40% 인상을 요구하는 건물주를 대한민국에 고발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A씨는 모여든 사람들 앞에서 "건물주가 보증금 150% 올리고 월세 40% 올렸다. 옆에 가게도 제 것이었는데 코로나 때 쫓겨났다"고 소리쳤다.
그는 "사진 찍으세요. 좀 올리세요. 이런 악덕 건물주들 다 XX해버릴 테니 다 오라고 해라"라고 말하면서 입에 흉기를 물었다.
곧이어 출동한 경찰이 "칼 내려놔요"라고 말하면서 A씨를 제압해 상황은 일단락됐다.
이후 이 장면은 지난 15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고, A씨는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TV'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시위를 벌인 이유를 밝혔다.
먼저 A씨는 "원래 보증금은 6000만원이었고 월세는 680만원이었다"며 "그러다 건물주가 코로나 시기에 계약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보증금은 1억5000만원, 월세는 1000만원으로 올리겠다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옆에 있는 김밥집도 원래 내 거였는데 보증금이랑 월세를 올리겠다고 하더라. 당시 코로나 시기여서 '에이' 그러면서 털고 나왔다. 5억원의 손해를 보면서 나왔다"며 "육회집은 코로나 때문에 2년간 장사도 못했는데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앉은 자리에서 10억원을 날리게 생겼다. 오죽하면 이렇게 벗고 나서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A씨는 "건물에다가 석유도 뿌렸다. 건물 다 불태우고 나도 극단적 선택 하려고 했었다"며 "건물주는 대화가 안 된다. 찾아가 보고 편지도 보내봤는데 다 소용없었다"고 한탄했다.
앞서 이전 10년간은 건물주와 사이가 좋았다고 밝힌 A씨는 "아들한테 51%를 상속하더라. 그다음부터 이상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건물주도 나 무서워서 나타나질 못한다. 난 석유 다 뿌리고 극단 선택까지 할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튜버 '카라큘라'는 "명도 소송에 패소한 사장님께 강제 퇴거 명령 같은 것을 집행하기 위해 법원 집행관이 방문하자 격분해서 난동부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육회집이 장사한 지 10년 정도 됐는데, 법적으로 부여받을 수 있는 임차 기간(임대차보호법)을 다 쓴 것 같다"고 했다.
동시에 "임대인 입장에서는 주변 시세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임차인 기간이 모두 끝났으니 계약을 종료하고 새로운 세입자를 맡기 위해 보증금과 월세를 내걸었다고 생각한다"며 "임차인 입장에서는 코로나 때 장사도 못 했는데 임대료는 꼬박꼬박 내서 손해가 막심한 상황이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이제야 손해를 메꾸고 있는데 갑자기 나가라는 취지로 보증금과 월세를 올리고 명도 소송 진행하고 패소까지 해서 꼼짝없이 나가게 생겼다. 두 입장이 상충하는 과정에서 이런 시위가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시위를 접한 누리꾼들은 A씨에게 위로를 전했다. 이들은 "사장님 사람 좋으신데. 손님한테 친근하게 잘 대해주셨는데 안타깝다", "친절하고 웃음 많으신 분이셨는데", "너무 답답해서 저랬을 것 같다. 저 시위 상황에서도 존댓말 하신다", "사장님이 오죽하면 저러실까", "참 상냥하고 친절한 사장님이셨는데 저런 깡이 있으실 줄이야. 얼마나 힘드셨으면", "같은 요식업 자영업자로서 100% 이해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길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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