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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연초부터 택배 업체들이 잇달아 택배 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유가, 인건비 등 원가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그간 낮아진 택배 단가를 현실화해 원가 부담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인상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택배 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올해 1월 1일부터 기업 고객 대상으로 택배 요금을 평균 122원 인상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극소형 택배(80㎝·2㎏ 이하)는 1900원에서 2000원으로 5.3%, 소형(100cm·5kg 이하)은 2300원에서 2500원으로 8.7% 올린다. 중형(120㎝·10㎏)은 2750원에서 3050원으로 10.9% 인상했다.
업계 2위 한진 역시 올해부터 기업 고객 대상으로 택배 요금을 평균 100원가량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인 인상 폭은 규격과 물량별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일괄적 인상이 아닌 고객사별 재계약 시점에 맞춰 단계적으로 인상을 진행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아직 택배비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택배비 인상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진행되는데 현재로서 정해진 인상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설날 이후로 다른 업체들도 택배비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국내 택배 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선두기업이기 때문에 업계 전반적인 기조를 결정한다 볼 수 있다"면서 "업계 1, 2위 기업들이 택배비를 올렸기에 다른 기업들도 언젠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택배 업체들이 연초부터 가격 인상을 결정한 배경엔 택배 단가 현실화가 있다. 유류비, 최저임금 등의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택배비를 올려 그간 지속적으로 하락했던 택배 단가를 현실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1992년 5000원 수준이던 평균 택배 단가는 시장 내 ‘큰 손’인 기업의 물량을 따내기 위한 업체들 간 출혈경쟁으로 2018년 222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2019년 2269원으로 소폭으로 올랐지만 2020년 다시 2221원으로 하락했다.
2021년부턴 각 업체들이 택배 노동자 보호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 등에 따라 택배 요금을 올리면서 평균 택배 단가는 2366원까지 올라왔다. 이후 지난해 1월 다시 가격 인상을 결정한 데 이어 올해 또 한 번 가격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업체들은 이번 택배 요금 인상분을 미래를 위한 투자에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인상된 택배비를 통해 원가 상승 부담을 해소하고 근로자의 지속적인 작업환경 개선 및 미래 대비 투자재원 확보에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한진 관계자도 "인상분은 미래를 위한 투자에 사용함과 동시에 택배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상이 기업·소상공인에겐 원가 인상 압박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론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선 택배비 인상은 원가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기업이 그 부담을 계속 안고 갈 순 없으니 최종적으론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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