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예대금리차 수익 공개 안 하면 과태료 1억원... 은행 "옥상옥 규제" 부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16 16:28

수정 2023.01.16 16:45

[은행에 압박 높이는 정치권]
16일 서울시내 은행에 영업점에서 고객이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올해 1월부터 4월10일까지 총 37곳(KB국민은행이 25곳,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각각 6곳)의 영업점(지점+출장소) 문을 닫았거나 종료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에는 농협은행이 영업점 12곳을 인근 영업점으로 통폐합했다. 뉴시스.
16일 서울시내 은행에 영업점에서 고객이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올해 1월부터 4월10일까지 총 37곳(KB국민은행이 25곳,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각각 6곳)의 영업점(지점+출장소) 문을 닫았거나 종료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에는 농협은행이 영업점 12곳을 인근 영업점으로 통폐합했다. 뉴시스.
김종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2회 국회(임시회) 정무위원회 제1차 법안심사소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1.16/뉴스1 /
김종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2회 국회(임시회) 정무위원회 제1차 법안심사소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1.16/뉴스1 /

[파이낸셜뉴스] 금리가 높아지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은행에 대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자장사 방지법(은행법 개정안)까지 발의하며 수년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문제를 이번 기회에 뿌리 뽑겠다는 기세다. 은행권은 속으로 앓고 있다. 특히 이미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고 있는 와중에 또 다른 규제만 만들어내고 있다며 "옥상옥 규제", "관치"라고 반발했다.

정치권, 은행 예대금리 규제 법안 발의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에서 은행들의 예대금리를 규제하는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국민의힘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지난 11일 대표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연 2회 이상 공시하고, 예대금리차 및 그에 따른 수익을 분기별로 금융위원회에 보고토록 했다. 위반시 은행에 2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무소속 양정숙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또한 예대금리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연 2회 이상 금융위에 보고토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내도록 했다. 또 은행이 예대금리차 수익의 최대 0.3%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해서 서민을 위한 정책금용에 활용토록 하는 법안도 함께 발의했다.

여당에서는 '횡재세'까지 거론됐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김상훈 의원은 지난 12일 회의에서 "은행권이 국민들의 고통을 담보로 사상 최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횡재세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지난해 한 해 8대 시중은행들이 벌어들인 이자 수입만 해도 무려 53조원이라고 한다"라며 "금리인상의 고통을 국민과 민생경제에 고스란히 전가하는 금융권의 불공정한 이자 장사를 더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여론도 은행에 불리하다. 금리인상으로 가계의 이자부담은 높아지는데 정작 고객 편의는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2021년 7월부터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단축운영하고, 점포수를 줄이고 있는 점 등이다. 이런 가운데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의 2021년 직원 평균 총급여가 모두 1억원을 넘고 최근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경영성과급을 책정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은행들 "옥상옥 규제"
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에 눈치를 볼 수밖에 은행권은 속으로는 불만이 들끓는 모양새다. 이미 예대금리차를 매월 공개하고 있는 상황에 왜 또다른 규제를 만드냐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상장법인들은 순이자이익 등을 공시하고 있는데 특별히 예대금리차를 공시토록 하는 건 옥상옥 규제"라고 일갈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도 "오죽했으면 은행연합회에서 예금금리, 대출금리에 시장금리 반영 시차가 있다는 설명 자료를 냈겠나"라며 "국내 시중은행은 순이익의 7~8%를 사회공헌에 쓴다. 다른 국제금융기관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은행에서는 수익구조 개선, 타 사업으로의 도전 기회 등 규제 완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통분담만 요구하는 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다른 사업이나 수수료 비지니스 등 사업 기회를 넓혀갈 문호는 주지 않으면서 은행권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사회악' 취급을 하니 안타깝다"고 전했다. 은행 또한 빅테크, 플랫폼 업체와의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은행권에만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관치를 넘어서 은행을 통해 정치를 하려고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은행법 개정의 키를 쥔 국회 정무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여당 정무위원은 통화에서 "그동안 은행의 예대금리차와 그 마진에 대한 비판이 있었음에도 입법이 안 됐던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입법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야당 소속 정무위원은 "큰 틀에서 취지에 공감한다"라며 "법 개정에 여야 간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수의 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금융당국은 은행권 입장을 청취한 후 국회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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