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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이든, 영화든 '영웅'의 매력은 음악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16 18:06

수정 2023.01.16 18:06

뮤지컬이든, 영화든 '영웅'의 매력은 음악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뮤지컬 '영웅'의 정성화 (가운데) 에이콤 제공
뮤지컬 '영웅'의 정성화 (가운데) 에이콤 제공
올겨울 관객들은 두 가지 버전의 '영웅'을 만날 수 있다. 뮤지컬 '영웅'과 영화 '영웅'이 각각 LG아트센터 서울과 전국의 영화관에서 상연 및 상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웅'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로는 2009년에 초연해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뮤지컬로 자리매김했고, 영화는 뮤지컬을 원작으로 제작됐으며 그것도 일반 극영화가 아니라 국내에서는 생소한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졌다. 공연과 영화는 비슷해 보이면서도 매우 다르다. 무엇보다도 리얼리티를 구축하는 방식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장면들이 실제 리얼한 순간들로 만들어지지만, 공연은 약속된 형식을 통해 리얼리티를 구축한다. 그리고 뮤지컬 영화는 이러한 형식의 중간지점에서 관객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형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갑자기 거리에 사람들이 쏟아져나와 합창을 부르는 장면은 매우 어색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뮤지컬 '영웅'은 러시아 자작나무 숲에서 단지동맹을 맺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명성황후의 궁녀 설희와 오랜 중국 친구인 왕웨이의 만두집 이야기들로 전개된다. 1막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신 안무는 강렬한 남성 군무의 역동성을 경험할 수 있고, 2막의 기차 장면을 통해 대극장 무대미술의 스펙타클을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듣는 배우들의 노래와 합창을 통해 짜릿한 전율을 경험하고 박수를 치면서 그들과 하나되는 감동을 맛볼 수 있다.

영화 '영웅'은 서사를 강화해 대한제국의 의용군 참모장으로 무력투쟁을 통해 독립운동을 전개하는 군인 안중근의 모습을 보여주고, 중국 친구가 아닌 의용군 대원의 만두가게와 진주의 캐릭터 설정 등을 통해 하얼빈 의거의 동기부여를 강화했다. 또한 러시아의 자작나무 숲이나 블라디보스톡의 장면 등을 통해 무대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스펙타클을 보여주면서도 대화를 하다가 노래로 이어지는 뮤지컬적인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한 장면 구성의 노력들도 엿보인다.

'영웅' 뮤지컬과 영화 모두 최고의 매력은 역시 주옥같은 넘버들이다. '그날을 기약하며' '누가 죄인인가'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등의 주옥같은 노래들이 있고, 무엇보다도 '영웅'을 대표하는 '장부가'는 모든 관객이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다.
이 음악이야말로 '영웅'이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진 가장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올겨울 '영웅'의 뮤지컬 버전과 영화 버전을 동시에 관람하면서 작품을 두 배 이상의 감동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물론 둘 중에 무엇을 먼저 볼 것인가는 관객의 선택이겠지만 리얼리티가 구축되는 방식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선 뮤지컬을 먼저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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