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 통화에 대한 달러지수가 지난해 10월 14일 113.31에서 지난 주말에는 102.19로 9.8%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금값은 온스당 1644.5달러에서 1920.2달러로 16.8%나 상승했다. 앞으로도 달러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 우선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대폭 증가했다.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2%였던 정부 부채가 2021년에는 129%로 증가했다(2022년 3·4분기에는 120%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순대외순부채도 GDP 대비 9%에서 79%로 급증했다. 저금리와 달러 강세로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난 탓이다.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011년에 이들 문제를 언급하면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린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이들이 각각 GDP의 95%와 29%였다.
올해 미국 경제전망도 밝지 않다. 최근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3%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을 포함한 일부 투자은행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금리를 계속 올리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달러 가치 하락이 이를 선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달러 가치는 과대평가돼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추정한 실질실효환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달러 가치는 31% 과대평가되었다. 모든 가격은 결국은 제자리를 찾아간다. 기간의 문제이지 달러 가치가 30% 정도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금값을 결정하는 주요 경제변수는 달러 가치, 물가, 유동성 등이다. 금값이 보통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금값은 상승한다. 물가가 오르면 역시 금값도 오른다. 2000~2022년 미국의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였는데 금값 상승률은 9.5%였다. 유동성이 늘어나면 다른 자산가격과 마찬가지로 금값도 오른다. 이외에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생기면 금 가격은 상승한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도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의 중앙은행이 그렇다. 중국 인민은행은 2000년에 금을 395t 보유했는데 금 보유량이 2010년에 1054t, 2022년 11월에는 1980t으로 대폭 증가했다. 그래도 중국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 비중은 3.4%에 불과하다. 유럽 주요 중앙은행의 금 보유 비중 63%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참고로 지난해 말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은 1.1%로 더 낮다.
금값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중국 등 일부 중앙은행의 금 수요가 늘면서 금 가격은 장기적으로 더 오를 수 있다. 금은 알을 낳지 않는 암탉이다.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이자가 나온다. 주식을 사면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금에는 이자도 배당금도 없다. 그렇더라도 달러 가치 하락 등 금값을 결정하는 요인을 보면 가계자산 가운데 일부라도 금을 보유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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