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년 늘려 차별 해당안돼"
KT의 임금피크제 소송에서 2심 법원도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KT 임금피크제 소송'은 대법원이 '나이만을 이유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놓은 이후 나온 첫 하급심 판단으로 주목받았다.
서울고법 민사1부(전지원·이재찬·김영진 부장판사)는 18일 KT 전·현직 직원 699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을 1심과 마찬가지로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KT 노동조합과 사측은 2014~2015년에 걸쳐 이뤄진 단체협약에서 정년을 종전 58세에서 60세로 늘리는 대신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 일부를 삭감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는 만 56세부터 4년에 걸쳐 매년 연봉의 10~40%씩 총 100%를 삭감하는 내용으로, 정년을 2년 늘리는 대신 1년 치 연봉을 덜 받는 취지였다.
이에 근로자들은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지나치게 임금 삭감 폭이 커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며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도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삭감된 임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로 근로자들이 지급받을 수 있는 '임금 총액' 측면에서는 더 많은 액수를 지급받게 됐다"며 "근로자들이 임금피크제로 인해 '적극적인 손해'를 입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금 삭감에도 불구하고 임금피크 기간 동안 업무량·업무강도가 줄지 않아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해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봐야 한다"고 결정했다. 업무량·업무강도를 명시적으로 줄이는 조치가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절차적 하자 주장에 관해서는 "내부적 절차 위반이 있었더라도 위원장이 노조를 대표해 체결한 합의 효력을 대외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확정된 대법원판결에 따른 법리"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한 연구기관 퇴직자가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나이만을 이유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 소송은 무효"라며 퇴직자의 손을 들어줬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에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대법원판결로 관련 소송이 이어지는 등 경영계에서 '임금피크제 무효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대법원판결은 정년을 유지한 채 임금을 삭감한 경우로 '정년 연장형'에 해당하는 KT와는 다른 사례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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