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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칼럼
[파이낸셜뉴스] 최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 핵심 키워드는 ‘모빌리티’였다. BMW와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업체들 뿐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등 빅테크 기업들이 모빌리티 부문에 참전한 것만 봐도 모빌리티는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으로서 인간 라이프 스타일 변화까지 추구하는 기술과 문화 집합체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정보기술(IT)·플랫폼·전장부품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여러 분야의 모빌리티 시장 선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12월 발표한 '신성장 4.0 전략'에서 ‘미래형 모빌리티’를 핵심 기술로 선정해 정책 지원을 준비하고 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CES에 직접 참석한 것도 미래 글로벌 경쟁의 장이 될 모빌리티 분야를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만 맡겨놓지 않고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경제적 관점과는 별개로 모빌리티 시장 곳곳에는 ‘보이는 손’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교통 시스템과 서비스와 관련해 가격 통제, 면허제, 운행 규제 등 다양한 형태의 보이는 손들이 활발히 작동해왔다. ‘보이는 손’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교통의 공공성과 형평성 때문에 시장 개입의 정당성은 여태껏 어떠한 의심도 받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IT·플랫폼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시대를 맞아 우리는 보이는 손이 현명하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진 각종 규제들과 택시 업계 격렬한 반발 등으로 인해 글로벌 업체들보다 한참 늦게 시작된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는 여전히 비정상인 사업구조와 서비스 운영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옛 산업 이해 관계자의 기득권 추구와 정치권 포퓰리즘, 정부 규제로 인한 우버나 타다 퇴출 및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모델 실패, 그 결과 집에 가지 못하는 국민들이 거리에 늘어선 ‘택시 승차 대란’ 현실은 대표적인 ‘보이는 손’의 실패 사례이기도 하다. 지금도 자율주행차와 UAM 개발 업계에선 “정부가 모빌리티 데이터가 핵심인 이 산업을 어떻게 육성하겠다는 건지 방향을 알 수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국토교통부에서는 수수료가 없는 일반호출 택시와 배차수락율을 고려한 강제배차 시스템으로 승객 운송율을 높인 가맹 브랜드 택시, 양측에 야간 호출수수료를 붙이는 택시 승차 대란 해소 정책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택시 플랫폼에서 배차수락률이 높은 택시를 우대하는 것이 가맹택시에 대한 자사우대 행위라고 보고 규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측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하는 코미디 같은 현상으로, 정책 간의 정합성이 결여된 아마추어 같은 모습 아닌가?
‘타다’, ‘우티’, ‘카카오모빌리티’ 등 어떤 플랫폼 플레이어든 시장 참여자가 불편하고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플랫폼은 시장의 자율적 통제 메커니즘을 통해 궁극적으로 퇴출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자율적으로 작동해 국민들이 더 빨리, 더 편하게, 더 안전하게 집에갈 수 있도록 만드는 플랫폼이 시장에서 더 많은 선택을 받도록 하는 게 ‘보이는 손’의 현명한 역할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정부가 어설픈 규제만 계속한다면, 미국 등 자국의 비호를 받으며 성장하는 글로벌 기업들에 대항하고 있는 한국 토종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UAM 연결 기술 발전에도 미래가 없어질 수도 있다.
CES 기간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 정부의 원 장관이 현대차가 투자한 미국 자율주행 기업 ‘모셔널’의 자율주행차를 시승하고 칭찬을 한 장면이었다. 플랫폼 기반으로 운행되는 이 차의 후미엔 한국 정부가 자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시켰던 ‘우버’의 스티커가 딱 붙어있었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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