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값 균형 잡던 美 셰일에너지
인력난에 시추비용 늘어 생산위축 '사양길'
인력난에 시추비용 늘어 생산위축 '사양길'
[파이낸셜뉴스] 수압파쇄법(프래킹)으로 생산되는 셰일 에너지는 변동성이 큰 국제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나 러시아 등 기타 대형 산유국들까지 포함한 이른바 OPEC+ 소속이 아닌 미국의 셰일 원유 및 가스 증산과 수출은 에너지 가격을 낮추게 해주면서 글로벌 경제에 큰 힘이 됐다. 미국 셰일 석유는 ‘아랍의 봄’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대한 후티반군의 공격 등으로 불안한 중동 산유국에 대한 의존을 줄여줬고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동시에 벌이는 에너지와의 전쟁을 버틸 수 있게 해줬다.
미 셰일업체, 설비 재투자 대신 투자자에 배당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대유럽 미국산 셰일 에너지 수출은 지난해 기록적인 수준으로까지 늘면서 에너지를 무기화한 러시아에 대항했다.
그러나 한때 유가를 끌어내리는데 기여했던 미국의 셰일 석유 생산 붐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으며 앞으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 뉴욕 금융가는 셰일 에너지 생산으로 얻은 이익을 설비 재투자 대신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낮은 수익성에 투자가 줄어들면서 산유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이로인한 석유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최대 셰일 에너지 생산업체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의 최고경영자(CEO) 스콧 셰필드는 “미국 셰일의 거침없던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며 셰일 에너지가 예전처럼 공급 부족분을 메워주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석유시장의 경우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수요가 많은 중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느리고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원활해 글로벌 공급량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또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빨라져 화석연료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가 역대 최대인 하루 1억200만배럴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하루 원유 수요가 올해 270만배럴 더 늘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등 소비는 줄어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셰일 석유로 잡혔던 글로벌 에너지 질서가 무너지면서 석유산업 애널리스트들과 임원들은 글로벌 석유 시장이 새로운 변동성에 진입할까 우려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상품 연구 이사 제프 커리는 셰일 석유로 구축된 ‘신 석유 질서’ 대신 OPEC가 독점하는 기존의 ‘구 석유 질서’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비용 증가로 예전같지 않은 셰일 유정
미국의 대표적인 셰일 석유 생산지로 뉴멕시코와 텍사스주에 걸쳐있는 퍼미언 분지는 최근에도 생산이 활발하지만 전체적으로 미국의 셰일 석유 시추 활동은 예전만 못하다.
지난 2009~19년 사이에 미국의 셰일 석유 생산량은 2배 늘며 하루 1300만배럴까지 증가했다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발생하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생산업체들은 유정을 폐쇄하고 근로자 수천명을 해고했으며 장비는 방치돼왔다.
현재 미국의 셰일 석유 생산량은 지난 18개월동안의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전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여기에 셰일 시추공 1곳당 산유량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라이스태드 에너지는 지난해 처음으로 신규 유정에서 생산되는 셰일 석유가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유정을 시추하는데 드는 비용도 갈수록 비싸져 라이스태드 에너지는 2019년 730만달러였던 유정당 평균 시추 가격이 올해 900만달러(약 111억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여기에 현장에서 일할 근로자들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셰일 석유 일손 부족이 약 2만명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세계 석유 시장은 미국 셰일과 러시아, 중동으로 구분돼왔다.
미국 셰일 석유 생산 감소와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를 빼면 앞으로 OPEC,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세계 석유 시장을 다시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서방의 원유 수입국들은 관계가 껄끄러운 일부 중동 산유국이 증산을 하지 않는다면 지난해 유럽에서 가격이 급등했던 천연가스처럼 소비하는 석유까지 배급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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