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가격 안정화 인가. 가격을 떨어뜨리는 유도인가.'
수입산 계란이 본격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유통업계는 가격 안정화를 위해 수입산 계란 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산란업계는 최근 계란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가격 인하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계란 가격이 상승한 원인은 생산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사료 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설 성수기 비축 계란 1500만개 집중방출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스페인에서 시범 수입된 신선란 121만개를 지난 15일 국내 도착분 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정부의 수입 계란 유통에 유통업체인 홈플러스가 팔을 걷어붙였다. 홈플러스는 고객들의 장바구니 물가안정을 위해 오는 25일까지 계란 할인 프로모션 ‘홈플 계란 대란’을 진행한다.
우선 10입, 15입, 25입 계란 전 품목(20여 종)을 대상으로 마이홈플러스 멤버십 회원에게 농할 쿠폰을 적용해 20% 할인 판매한다. 또 자유방목 및 무항생제 동물복지 유정란도 선보이며 저렴하게 내놓았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1월까지 철새 유입이 계속되고 있어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축산물품 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계란 한 판의 가격은 6700원으로 조류독감 첫 발생 이후 300원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해 초 계란 가격은 조류독감이 확사되면서 계란 30입 한판에 1만원까지 치솟으며 계란을, 금란으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이같은 이유로 계란 수급상황이 불안해질 경우 스페인뿐 아니라, 미국 내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지 않은 주(州) 등으로부터 부족한 신선란 물량 수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계란 비축물량 1500만개를 설 성수기 동안 집중 방출해 국내 계란가격 안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계란값 오른건 수급불안 아닌 사료비 탓"
문제는 현재의 계란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유통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2월 중순 특란 30개 기준 5077원이었던 달걀 산지 가격은 하순에는 5069원으로 떨어졌다. 이달들어선 4987원까지 떨어졌다. 스페인산 계란이 국내에 들어온 10일 이후 달걀 가격이 추가로 떨어져 11일 4895원, 12일에는 4812원까지 내려갔다.
정부의 계란 가격 안정화 대책이 일조한 영향 덕이긴 하지만 산란계는 지금의 가격보다 더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현재 계란값 상승은 사료 가격 등 생산원가의 상승에 따른 것인지 수급 불안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란계협회 관계자는 “계란 가격이 상승한 것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아닌 생산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사료 가격이 상승한 데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양계용 배합사료의 지난해 1㎏ 당 평균 가격은 594원으로 지난해 473원 보다 25.6% 급등했다. 이 때문에 산란업계는 정부의 계란 수입에 대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산란업계 관계자는 “계란 수입으로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까 염려된다"며 "지난해 초에도 미국에서 계란을 수입했다가 폐기 처분하는 사태가 있었던 만큼 수입에 의존하기 보다는 생산자와 협력하면서 계란 생산규모의 증감을 통한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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