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호기심 많은 한 고양이가 복도를 따라 걸어오다 ‘고양이 옆좌석(젤리크석)에 앉은 어린이 관객과 한참동안 눈을 맞췄다. 그러다가 슬쩍 자기 털을 만져보라며 곁을 내줬다.
활달한 성격의 고양이는 아예 무대서 내려와 객석의 관객을 일으켜 세웠다. 무작위로 낙점된 관객은 그런 고양이의 손길을 마다않고 빙글빙글 돌며 춤을 췄다.
지난 21일 설을 하루 앞둔 한국 관객을 위한 맞춤 서비스도 제공됐다. 1막과 2막 사이 지혜로운 고양이 올드듀터러노미가 관객을 응시하다 거구의 몸을 움직여 큰절을 올렸다. 이어 앳된 목소리의 고양이가 2부 첫 넘버를 한국어 가사로 불러 감동을 선사했다.
오는 3월 12일까지 이어지는 ‘캣츠’ 서울 공연에서 20여마리의 고양이가 세종문화회관을 들어다놨다 했다. 정확히 말하면, 고양이 분장을 한 뮤지컬 배우들이다. 2년 전엔 마스크를 낀 채 공연했던 이들이다.
하지만 무대와 객석을 자유롭게 오가는 오리지널 연출이 5년 만에 부활하면서 '캣츠'만의 매력을 온전히 즐길수 있게 됐다.
1981년 초연됐으니 어느덧 40년이 더 된 이 ‘고전’ 뮤지컬은 현란한 무대 전환도 없다. 소설이나 동화가 아니고 시(詩)들이 원작이라 딱히 줄거리도 없다. 그저 1년에 1번씩 새로운 수명을 받을 고양이를 선정하기 위한 무도회가 열리고, 다양한 사연의 고양이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연은 고양이로 분장한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춤추고 노래하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이러한 순간이 쌓이면 어느 순간 환상의 고양이 세상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세종문화회관은 객석과 무대간 거리가 가까워 공연에 몰입하기 더 좋다.
1막에서 서서히 예열된 공연은 2막에서 한껏 달아올랐다. 마술사 고양이가 펼치는 현란한 마술은 공연장을 마법의 공간으로 바꿨고, 발레·탭댄스·아크로바틱을 현란하게 구사하는 고양이들의 단체 군무는 스토리 위주의 뮤지컬 공연과 차별되는 ‘캣츠’만의 매력을 뽐내며 혼을 빼놓았다.
폭발적 가창력의 조아나 암필이 열창하는 대표 넘버 ‘메모리’는 명불허전. 짜릿한 전율과 깊은 울림을 전하기 충분했다.
“공연이 시작되니 통로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매력적인 고양이들!” “배우들의 퍼포먼스를 근접 감상할 수 있는 젤리클석 추천!” "인터미션에 새해 인사 건네준 젤리클 고양이, 너무 감동적” 등의 반응에서 고양이들이 얼마나 관객의 마음을 훔쳤는지 엿볼 수 있다.
한편 ‘캣츠’는 공연이 시작되면 객석 여기저기서 고양이가 출몰하는 무대 연출로 인해 단 1초도 지각하면 안 된다. 지연 관객의 1차 입장은 공연 17분 후이고 2차 입장은 공연 21분 후이다. 그러니까, 지각하면, 초반 17분이나 21분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젤리클석과 VIP석이 17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속이 쓰리지 않을 수 없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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