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고양=노진균 기자] 경기 고양시의 2023년도 본예산이 의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주요 사업 예산 및 업무추진비 등이 대폭 삭감된 '반쪽' 예산에 그치면서 시정운영에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이같은 결과에 고양시는 시의회가 예산을 집행부 길들이기 수단으로 남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재의요구권을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24일 고양시 등에 따르면 고양시의회는 이달 20일 제27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본예산을 확정했다.
예산결산위원회 조정안을 살펴보면 ▲건강취약계층 미세먼지 방진창 설치 9억원 ▲고양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4억원 ▲청년 느린학습자 기술교육 운영 3000만원 ▲지표투과레이더 탐사를 통한 공동(空洞) 조사 2억원 ▲시 경계 지적이용 현황조사 및 지적현황측량 3000만원 ▲킨텍스 일원 지하공간 복합개발 기본구상용역 2억7000만원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 경기도 사전협의안 수립 용역 2000만원 ▲한옥마을조성 타당성 조사 용역 1억원 등의 사업 예산이 증발했다.
이 중 건강취약계층 미세먼지 방진창 설치의 경우 어린이집, 경로당 등 1073개소에 대해 3년간 순차적으로 방충망을 방진창으로 교체하기 위해 수립됐지만 사업추진이 불투명해졌다.
또 고양시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은 경제자유구역 후보지로 선정된 JDS지구 약 800만평에 대한 계획을 새롭게 세우기 위한 용역 또한 모두 삭감됐다.
이와 함께 평화미래정책, 감사, 홍보, 기획, 행정지원, 주민자치 등 대다수의 핵심부서의 업무추진비도 90% 이상 감액됐다.
업무추진비는 ▲이재민 및 불우소외계층 지원 ▲시책과 지역 홍보 ▲문화예술·체육활동 유공자 등 격려 ▲업무추진을 위한 회의·간담회 개최 및 유관기관 협조 ▲현장부서 근무자 격려 ▲경제자유구역 선정 등 자족도시 실현을 위한 업무 등에 사용되는 예산이다.
집행부의 예산은 삭감됐지만 의회가 의장단의 업무추진비를 비롯한 시의원 국외 연수 출장비 등이 되살리면서 비난의 중심에 서게됐다.
당초 삭감으로 1700여만원이었던 의장단 업무추진비는 1억7000만원으로, 전액 감액됐던 국외 연수 출장비 등은 3억2000여만원으로 증액돼 통과됐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예산삭감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명확한 설명이나 명분 없이 일방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며 "의회의 심의의결 권한을 그저 집행부 길들이기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의회의 이러한 결정은 집행부의 사업추진 의지를 꺾고, 의회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예산안 심사가 시민의 공공복리 증진을 위함이 아닌, 단지 시 직원들을 골탕 먹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결과를 받아든 집행부는 ‘재의요구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120조 및 제121조는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 또는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경우 등에 대해 지자체장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집행부가 재의를 요구할 경우, 시의회에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전과 동일한 의결을 확정할 수 있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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