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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없이 바이오의약품 원료 만든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23 14:00

수정 2023.01.23 14:00

생명공학연구원, 무항생제 세포선별 시스템 개발
"현 상태에서도 기술이전해 제품생산에 적용 가능"
DNA. 게티이미지 제공
DNA.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연구센터 이대희 박사팀이 항생제 없이도 바이오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바이오제조 공정에 사용할 유전자재조합 세포를 고감도로 선별하는 시스템으로 바이오의약품, 바이오연료 등 바이오 제품 제조공정의 안전성을 높이고,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

이대희 박사는 "실용화에 관심 있는 기업이 있으면 현재 상태에서도 기술이전해 제품생산에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플라스미드는 세균 세포 속에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는 작은 DNA고리다. 유전자 재조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항생 물질에 대한 저항 인자 등을 갖고 있다.

연구진은 이 플라스미드 선별 시스템으로 플라스미드가 형질 전환된 10% 미만의 대장균 군집을 선택적으로 증식시켜 최종적으로 100% 가까운 군집으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이끈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유전자재조합 기술이다. 유전자재조합 기술은 특정 유전자의 배열 순서를 바꾸거나 다른 유전자와의 조합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유전자를 플라스미드라는 DNA 운반체에 싣고, 이를 적절한 숙주 세포에 넣어 유용한 물질을 대량생산하는 기술이다.


인류는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최초의 바이오의약품인 인슐린을 대장균에서 만들 수 있었고, 현재도 바이오화합물, 효소, 단백질의약품, DNA 백신 등 다양한 바이오 원료들을 생산하는데 널리 활용되고 있다.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바이오제품 대량생산 제조공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숙주 세포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남을 플라스미드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한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항생제 선별법이다.

숙주 세포에 항생제를 처리했을 때, 항생제에 저항해 살아남는 세포를 선별하는 것이다. 하지만 항생제 선별법은 항생제 저항성 돌연변이 발생과 이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 유발, 제조단가 상승 등의 문제가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연구센터 김성근 박사(왼쪽)와 이대희 박사가 무항생제 세포선별 시스템을 이용한 대장균 배양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연구센터 김성근 박사(왼쪽)와 이대희 박사가 무항생제 세포선별 시스템을 이용한 대장균 배양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이에 연구진은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지능형 유전자회로를 만들어 플라스미드가 있는 세포만 선별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여러 개의 플라스미드를 동시에 선별할 수 있도록 확장이 가능하다. 또한 플라스미드 선별 마커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아닌 염기쌍이 160개 정도의 매우 작은 가이드 RNA를 사용해 플라스미드의 크기를 줄일 수 있어 DNA 백신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화장품 원료로 주로 사용되는 식물 유래 성분인 비사볼올로 실험했다. 여기에서 항생제를 이용한 경우보다 선별된 플라스미드의 선별 효율이 높고 비사볼올 생산량도 늘어났다.

이대희 박사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항생제 내성 같은 문제를 합성생물학 기술을 이용해 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무항생제 바이오제조 공정에 적용하면 연관 산업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이승구 박사는 "소프트웨어로 전자장치를 구동하는 것처럼 인공 유전자 회로는 세포에 다양한 논리적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 이번 연구는 합성생물학 기술의 무한한 활용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합성생물학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인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지난 2022년 12월 13일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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